전북 김제가 고향인 조세형 통합민주신당 고문은 "어린 적 부모님과 함께 교회에 갈 때마다 교회 입구에 이르면 어머니 손을 놓고 아버지와 함께 남자석에 들어가 앉았다"고 기억한다.

그가 다녔던 교회는 금산사 입구 마을에 있는 금산교회.1908년 조 고문의 조부인 조덕삼이 지은 ㄱ자 기와집 교회로 '남녀 7세 부동석'의 당시 풍습을 반영해 신자석을 분리했고,출입문도 따로 만들어놓았다.

기독교 선교 초기만 해도 이런 ㄱ자형 교회가 적잖았으나 지금은 금산교회가 유일하다.

'종교건축기행 34'(김성호 지음,W미디어)는 이처럼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거나 건축미가 뛰어난 전국의 종교건축물들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문화전문기자인 저자가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각 종교의 상징적인 건물 34곳을 직접 찾아가 건축물의 구조와 특징은 물론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냈다.

서울 인사동 초입에 있는 승동교회는 1904년 세워진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교단의 대표적 모교회이자 일제 때 독립운동의 거점이던 곳.하지만 '백정 교회'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였던 모삼열(새뮤얼 포먼 무어ㆍ1860~1906) 목사가 선교 초기에 최하층 신분인 백정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강원 횡성군 서원면의 풍수원성당은 두메산골에 한 폭의 그림처럼 고즈넉하게 서 있어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손꼽히는 곳.그러나 박해를 피해 모여든 초기 신자들과 한국 신부가 최초로 세운 성당임을 알고 나면 숙연함을 금할 수 없다.

호남지역 일본인 부호들의 지원으로 세워진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군산 동국사,원불교의 발상지인 전남 영광성지,한국정교회의 요람인 성니콜라스 서울대성당 등 주요 종교에서 일반인에겐 낯선 소수 종교 건축물까지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종교건축물들은 각 종교와 종교인들의 혼과 사상,희생과 아픔을 전하고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로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절실한 신앙공간이자 문화유산"이라고 밝혔다.

304쪽,1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