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주가는 이해가 안 됩니다.

예전 정보기술(IT) 버블 때는 '시간은 내 편'이라는 신념으로 버텼지만 지금은 어떻게 대응할지 정하기가 힘드네요."

가치투자로 일가를 이룬 허남권 신영투신 상무는 요즘 증시를 들여다보는 게 곤혹스럽다고 토로한다.

상승 흐름을 탄 일군의 주도주들만 연일 질주하면서 '뛰는 종목만 뛰는' 주가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급기야 코스닥 대장주 NHN의 기업가치가 KT와 하이닉스를 추월하자 그는 7~8년 전 IT버블기와 같은 점,다른 점을 곰곰이 따져봤다고 한다.

당시 황제주였던 새롬기술도 포스코와 현대차 시가총액을 앞질렀었다.

그는 "온갖 풍파를 겪다보니 거품은 길어야 2년이고,주가는 제자리를 찾게 마련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지만 이번에도 '시간이 내 편' 일지에 대해선 확신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큰 변화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IT버블기보다 더 고민스럽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끝 없는 추락과 포스코의 아찔한 랠리도 혼란스럽다.

한국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대세 상승장에서 4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반면 포스코는 올 들어 두 배 넘게 치솟으며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전병서 한화증권 전무는 "세계경제의 새 축으로 자리잡은 중국 인도 등의 이머징마켓에서 입지를 확보한 포스코가 선진시장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보다 유리한 구도"라며 "변화하는 힘의 균형을 반영한 주가"라고 풀이했다.

또 호재로 간주되는 자사주 매입을 삼성전자의 패착으로 꼽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14조원을 쏟아부으며 성장잠재력이 훼손돼 투자자의 외면을 자초했다"는 게 전 전무의 진단이다.

그는 "그 돈으로 전세계에서 연봉 1000만달러 짜리 인재 1400명을 스카우트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시 양극화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정확한 진단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듯 싶다.

다만 요즘 증시가 던지는 메시지는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상상 이상이며,유연하게 고민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기업과 투자자만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백광엽 증권부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