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PGA투어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 최종 라운드가 심한 바람 때문에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21일 경주 마우나오션GC(파72ㆍ길이 6270야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 3라운드 경기가 시작한 지 1시간20여분 만에 중단된 뒤 결국 취소되면서 2라운드 선두였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합계 3언더파 141타로 행운의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점차 날씨가 좋아지면서 경기를 속개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라운드가 취소돼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날 오전 7시59분 첫 팀이 티오프할 당시에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당시 플레이를 했던 선수들은 공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심했다고 한다.

특히 그린에서도 공이 움직여 사실상 플레이가 불가능했다는 것.

오전 9시15분께 경기를 중단한 LPGA 측은 선수들과 협의를 한 후 12시경 "심한 바람 속에서 플레이한 선수들의 성적을 무효화하고 12시45분에 처음부터 다시 3라운드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경기를 일부 소화한 선수들의 성적 무효화 여부를 놓고 의견 충돌이 있었고 급기야 오후 2시께 '36홀 경기로 축소' 결정이 내려졌다.

LPGA 측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박세리(30ㆍCJ)와 김미현(30ㆍKTF)을 대동하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리바 갤러웨이 미국LPGA투어 부커미셔너는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이 떨어진 탓에 그린에 잔디가 별로 없어 퍼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대회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세리는 "대회 전 많은 비가 내리면서 코스 컨디션이 안 좋았다.

공이 그린에 서 있지 못했다"고 거들었다.

김미현도 "날씨 운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시각 날씨는 이번 대회 기간 중 가장 쾌청했다.

바람이 잦아들고 햇볕까지 따스해지면서 라운드하기에 좋은 상태였다.

이른 시각부터 대회장을 찾은 일부 갤러리들은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대회가 취소되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코스 해설자로 나섰던 서아람 프로는 "이른 아침에는 바람이 강했지만 이후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린 상태도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회 취소 결정으로 지난 5년간 이어졌던 '한국 선수 우승'이라는 대회 전통이 깨졌다.

페테르센은 시즌 4승과 함께 원래 우승상금의 85%인 19만1250달러를 가져갔다.

페테르센은 "쑥스러운 우승이지만 기쁘다.

36홀만 플레이해서 실망이 크다.

추격하던 선수들도 실망감을 표출했지만 불가항력이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역전의 기회를 날려버린 지은희(21ㆍ캘러웨이)는 합계 2언더파 142타로 2위가 돼 시즌 8번째 2위를 하게 됐다.

이날 티샷조차 못한 지은희는 "코스 상태를 몰랐는데 다른 선수들이 코스 상황이 안좋다고 했다.

하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날씨가 좋아 경기를 하고 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전 대회까지 LPGA 상금 랭킹 72위였던 지은희는 2위 상금 13만9416달러를 보태 90위까지 주어지는 투어 1년 시드권을 사실상 확보했다.

마우나오션(경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