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업계 '빅2'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이 프리미엄 시장인 1만2000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영업과 홍보를 위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수주 사실을 '대외비'로 숨기는가 하면, 차세대 선박개발을 위한 인력 스카우트전도 가열되고 있다.

두 회사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에 '올인'하는 것은 수주와 수익률에서 이 분야가 타 선종을 크게 압도하면서 '블루오션'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LNG선의 영업이익률이 5%에 머무르는데 비해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10%를 웃도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1만2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이 올해에만 전 세계에서 120여척이나 발주되는 등 컨테이너선 시장이 초대형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삼성, 현대 텃밭 위협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은 전통적으로 세계 1위업체인 현대중공업의 텃밭이었다.

현대중공업이 지금까지 수주한 선박 330척 중 절반에 달하는 160척이 컨테이너선이며 이 가운데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40%에 달하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수익성도 높아 현대중공업이 1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1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단계로 들어서며 경쟁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2위업체인 삼성중공업은 올해에만 1만2600TEU급 컨테이너선을 31척이나 수주하며 현대중공업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1만3300TEU급 컨테이너선도 지난해 10척, 올해 6척 등 총 16척이나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1만3100TEU급 컨테이너선을 21척 수주, 1만3000TEU급 수주 경쟁에서 기선을 제압했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영업전략 차원에서 1만3300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현대가 영업력에서 앞서고 있어 연말로 갈수록 삼성과의 수주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축선 VS 쌍축선 모델

두 회사간 기술개발을 위한 신경전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도 올해 초 1만5600TEU급 컨테이너선의 개발을 완료했지만 아직 수주로 연결시키진 못했다"며 "삼성이 너무 규모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이 이번에 개발한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엔진.프로펠러가 1개인 단축선이라는 점에서 현대에 충격을 안겨줬다는 후문이다.

현대의 1만5600TEU급 컨테이너선은 엔진.프로펠러가 2개인 쌍축선 모델로 단축선보다 건조자재비가 더 소요되고 적재공간도 작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엔진 한 개로 최대의 운항효율을 내기 위해 최적의 선형, 프로펠러의 크기 및 각도, 선실배치를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연비가 낮고 적재량이 많아 선주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은 자사의 1만5600TEU급 컨테이너선을 연말까지 단축선 모델로 개발, 삼성의 반격에 대응할 계획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