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업계들의 영역 파괴 바람이 거세다.

우유 분유 요구르트 등 전통 유제품만을 생산ㆍ판매해오던 기업들이 앞다퉈 고유의 사업영역을 뛰어넘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우유와 상관없는 차음료 시장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거나 기존에 나와있지 않은 새로운 음료를 내놓는 등 다양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웰빙 트렌드에 힘입어 '천년의 식물 산(蒜)' '하루야채' 등 건강음료를 선보였다.

'천년의 식물 산(蒜)'은 냄새 때문에 먹기 불편했던 마늘을 숙성 발효시킨 흑마늘 건강음료다.

97%의 흑마늘 추출액과 배 농축액,대추 농축액을 이용해 자극적인 마늘 냄새를 없애고,마늘 본래의 기능만을 유지하도록 고안한 제품이다.

한국 야쿠르트는 출시 4개월 만에 600만개 이상 팔아 100억원의 매출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야쿠르트는 또 유기농 야채 음료 시리즈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고 7종의 야채와 4종의 과일을 담은 100% 유기농 야채 음료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것.'하루야채'로 인기를 얻자 어린이들의 성장균형을 위한 '하루야채 kids(키즈)' 까지 내놓았다.

2005년 출시한 '하루야채'의 경우 야쿠르트 아줌마들을 통한 방문판매로 연매출 600억원을 넘기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매일유업은 국내 최초 냉장 사과주스 '썬업리치 애플'과 인도전통음료 '라씨' 등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매일유업은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사과주스가 과일주스 시장에서 25%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착안,'썬업리치 애플'을 내놓고 기존의 냉장유통망을 이용해 10도 이하에서 냉장 사과주스를 유통시켰다.

현재 하루 4만개가량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연말까지 하루 판매량 10만개를 목표로 잡고 있다는 게 매일유업 측의 설명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인도 전통음료 라씨도 주목받고 있는 매일유업의 제품이다.

인도에서 사랑받는 전통음료 라씨를 가벼운 농도로 뒷맛을 깔끔하게 만들어 고유의 강한 짠 맛 없이 상큼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내놓고 하루 판매량 4만개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분유시장 1위 업체인 남양유업은 차(茶)음료에서 성장 동력을 찾았다.

2004년 녹차 위주의 차 음료시장이 연간 600억원에 그쳤으나 '17차'의 등장 이후 다양한 혼합차가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 규모가 올해엔 1900억원으로 3배 이상 급성장했다.

남양유업의 '17차'는 오늘의 차,옥수수 수염차,까만콩차 등 다양한 혼합차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1등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제품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7차 하나로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분유매출의 부진을 만회했다.

남양유업은 앞으로 전통차 같은 건강음료를 꾸준히 출시해 음료 시장의 '빅3'에 진입한다는 당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서울우유도 창립 70주년을 맞아 커피 음료 생수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적인 커피업체 '스타벅스'의 한국 배급권을 가진 동서식품과 컵 커피 시장 진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또 쌀과 우유를 혼합한 '밀크라이스'를 개발해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발아현미 누룽지 끓인물' '발아현미 옥수수 끓인물'을 내놓는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중소기업과 손 잡고 출시한 차음료를 통해 국내 우유의 선두 업체가 어떤 이미지 변신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장승곤 한국야쿠르트 마케팅부문 이사는 "최근 유업계는 신성장 동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며 "이를 위해 유제품 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