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새벽 2시,미얀마 양곤.열대야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어느 칠흑 같은 밤.군인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승려들을 둘러쌌다.

주변 주택가는 통제됐고 군인들은 승려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들였다.

군부에 이끌려 간 승려들은 전 정부기술협회 건물에 모두 수감됐다.

그들은 화장실과 같은 위생 시설 접근이 제한됐고,매우 비좁은 공간에서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수감된 승려 가운데 상당수는 군부가 제공하는 음식을 거부했다.

이것은 최근 미얀마에서 일어난 '사프란(선황색이란 뜻으로 미얀마의 승려복을 상징) 혁명'의 이야기다.

이번 사건은 한 달여 전 미얀마 군사정부가 가스 가격을 500% 인상하면서 촉발됐다.

그동안 군부에 대해 악감정이 쌓여 있던 미얀마 국민들이 정부의 고의적 가격 인상으로 분노가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독재 정권에 항거하는 미얀마 국민과 승려들의 모습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했다.

군부의 진압은 시민들의 항쟁을 압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마음 속엔 항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

또 군부는 정보가 외부로 새나가지 않도록 완전히 차단하려 했지만 새로운 정보기술(IT) 덕택에 미얀마 시민들은 그들의 상황을 외부로 알릴 수 있었다.

무고한 시민들과 승려들이 잡혀가는 모습에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켰던 많은 국가들도 미얀마 군사정권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전 세계적으로 '미얀마를 위한 행동의 날' 행사를 열어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미얀마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기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스페인 에스토니아 파나마 등도 비난의 목소리를 냈고,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군부 행동이 혐오적이라고 발표했다.

미얀마의 이웃국가인 말레이시아는 군사정권이 아웅산 수치 여사와 조건 없는 대화를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도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고,일본은 자국 기자의 피살 사태에 분노하며 미얀마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려 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미얀마 군부의 고위층 14명에 대한 계좌 동결에 나섰으며 향후 더 많은 경제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

미얀마의 최고 지도자인 탄 슈웨와 그의 지지자들은 폭력적인 정권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 아웅산 수치 여사와 의미 있는 대화를 가져야 할 것이며 승려들과도 터놓고 얘기를 나눠야 한다.

세계는 그것을 기다리고 지켜볼 것이다.

탄 슈웨를 비롯한 군부 지도자들은 그동안 폭력을 사용해 많은 이득을 얻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수치 여사와 민주화 세력은 미얀마 국민들과 세계 각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때에 군부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분명하다.

바로 미얀마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글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부시 여사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미얀마에서 테러를 멈춰라(Stop the Terror in Burma)'는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