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중심으로 전 금융권에 고금리 상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자를 좀 더 주고서라도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금리를 높여주기 힘든 곳에선 서비스를 대폭 강화,손님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 경쟁을 촉발시킨 진원지는 증권시장.올초부터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진 지난 7월 말 이전까지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주식시장으로 시중자금이 대거 몰려갔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에도 이 같은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가 상승기에 동참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투자자들이 주가 조정을 계기로 돈을 옮기고자 하는 욕구는 더욱 커졌다.

실제 10월들어 20일까지 주식형펀드에 투입된 돈은 8조원에 이른다.

8월 6조원,9월 3조3000억원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로써 주식형펀드는 90조원을 돌파,연초에 비해 설정액이 46조원이 늘어나 증가율이 100%에 이르게 됐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주 초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중국펀드 열풍 등에 따라 자금이동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하루만 맡겨도 연 5% 안팎의 이자를 주는 증권업계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전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CMA 잔고는 올 1월 말 10조원에서 6개월 만에 20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달 말엔 24조원을 넘어섰다.

주식형펀드와 CMA의 거센 공세로 은행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기예금 등 은행의 저축성예금은 지난해 말 488조원에서 올 9월 말 478조원으로 10조원이나 줄어들었다.

보통예금 등 요구불예금도 같은 기간 59조6000억원에서 58조원으로 1조6000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의 경우 1년 맡겨야 5% 약간 넘는 금리를 받을 수 있고,보통예금은 이자가 거의 없다 보니 경쟁력을 상실할 탓이다.

올 들어 9개월간 은행의 총수신은 150조원 가까이 늘어 796조원이 됐다.

은행들은 이 돈의 대부분을 CD(양도성예금증서)와 은행채로 유치했다.

하지만 CD와 은행채는 은행 입장에서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이 되지 못하는 데다 마냥 늘릴 수만도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금리를 높이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정기예금의 경우 특판,우대금리 제공 등의 형태로 금리를 높여주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고 연 6%가 넘는 '큰사랑 큰기쁨 고객사랑 특판예금'을 판매 중이다.

예금 금리가 연 6%대를 넘어서기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하나은행도 온라인 전용 'e-플러스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오는 30일까지 판매한다.

금리는 연 5.9%.

국민은행의 '와인 정기예금'은 △건강검진표 제출시 △5년 이상 장기거래 고객인 경우 △회갑 및 칠순시 △5000만원 이상 예치시 등의 조건에 따라 최고 연 5.8%의 이자를 지급한다.

이 같은 부가서비스에 힘입어 출시 3개월 만에 3조원 이상을 끌어모았다.

은행들은 보통예금 경쟁력 제고에도 발벗고 나섰다.

일정기준을 넘어서는 금액에 대해선 높은 금리를 주는 '스윙계좌'가 무기다.

기업은행이 8월에 첫선을 보인 이후 지난달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뒤를 이었다.

망설이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도입할 채비를 차리고 있다.

은행들은 정기적금 금리도 올릴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자유적립식 적금을 새로 만들어 연 5%대의 금리를 다음 달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비슷한 성격의 상품과 비교하면 0.5%포인트 이상 금리가 올라가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시행하면 다른 은행들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저축은행들은 연 7%대 금리 상품을 모색 중이다.

은행권과의 격차 유지를 위해선 이 정도의 금리는 제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저축은행들은 특히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장이 된다는 점을 강조,부자들의 분산예치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