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출시 석달동안 3만대 판매 그쳐 '절반의 성공'

'금의환향'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반응이 그다지 신통치 않다.

'블랙잭'으로 널리 알려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울트라메시징'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는 이 휴대폰은 지난 7월 말 국내에서 발매돼 3개월간 3만여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울트라메시징은 미국에서 '블랙잭'이란 이름으로 120만대가 팔려나간 히트 모델이다.

지난해 11월 발매 후 5개월 만에 50만대가 팔렸다.

올 1분기엔 스마트폰의 대명사격인 캐나다 림의 '블랙베리'를 누르고 미국 스마트폰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이란 인터넷 접속,이메일 송수신 등 PC 기능을 두루 갖춘 휴대폰을 말한다.

삼성 블랙잭은 문자 배열이 PC 키보드와 같은 '쿼티 자판'을 채택했다.

2.3인치 TFT-LCD 모니터를 장착했고 영상통화,블루투스,동시작업 등의 기능을 갖췄다.

블랙잭 국내 판매대수가 적다고 '실패'라고 단정할 순 없다.

내막을 알고 보면 오히려 '괜찮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성은 블랙잭 발매 후 이렇다 할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이벤트를 두 번 벌인 게 전부다.

삼성전자가 블랙잭을 내놓고 광고조차 내보내지 않은 데는 말 못할 사연이 있다.

휴대폰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었다.

삼성한테 블랙잭을 공급받은 SK텔레콤과 KTF는 블랙잭을 적극 밀지 않았다.

블랙잭에는 이동통신사가 싫어하는 기능이 있다.

무선랜 접속이 가능한 곳에서는 이동통신망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기능이다.

휴대폰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거치지 않으면 그만큼 이동통신사 수입이 줄게 마련이다.

삼성전자는 블랙잭 초기 판매 실적에 만족하진 않지만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다.

그동안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지난해 9월 내놓았던 첫 스마트폰 'Fx폰'의 경우 스마트폰이란 사실조차 숨겨야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블랙잭에 대해 "언젠가는 열릴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의 선구자"라고 표현했다.

삼성은 다음 주께 LG텔레콤 전용 슬림 스마트폰(SPH-M4650)을 내놓는다.

KT용 두 번째 와이브로 스마트폰(SPH-M8200)도 이달 중 발매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삼성과 달리 경쟁사들은 아직 관망하고 있다.

LG전자는 유럽에 선보인 터치스크린 스마트폰(KS20)을 당분간 국내에 내놓지 않을 예정이다.

모토로라 역시 스마트폰 '모토Q' 출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