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哲 鎬 < 국민고충처리위원장 ilpa-song@ombudsman.go.kr >

2007년 8월 말로 우리나라는 외국인 100만명 시대가 됐다고 한다.법무부 자료에 따르면,이 중 장기 체류자가 약 70%를 기록해 단기 체류자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통상 하루에 4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이 같은 흐름은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다민족ㆍ다문화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 이주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각종 어려움과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이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정기 출장 상담을 나가고 있다.이곳을 다녀오는 조사관들에 따르면 이제 우리 사회가 이들의 아픔이나 고충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열악한 여건 속에서 묵묵히 일하고도 정당한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언어와 제도의 낯설음으로 불이익을 당하고도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아 억울함을 호소하는 외국인들로 상담은 언제나 북새통이기 때문이다.

더디나마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다문화 가족 지원법''이주민 가족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혼혈인 가족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우리나라가 현실에서는 다문화사회를 향해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의식은 '순혈주의'나'배타적 민족주의'의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기 때문이다.결혼한 이주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의 벽은 아직도 높기만 하다.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외국인 아내에 대한 남편의 학대나 작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폭력 및 차별 등은 이들에 대한 몰이해에서 발생한다.

관련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이들을 우리의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의식이 시급하다.

피부색이 다르고 자라온 문화적 환경이 다르다고 배척하고 차별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국가 발전의 저해요소이자 사회불안 요인이 될 것이며,우리 국민들 역시 외국에 나가서 차별받는 것에 대해 당당하게 시정을 요구할 논리가 없어진다.

우리 국민들이 마음을 열어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적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적응해 상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받아들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