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다우지수 폭락으로 불안한 휴일을 보낸 개인투자자 이민종씨(가명.36)는 22일 다른 때보다 일찍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켜고 화들짝 놀랐다.

동시호가 접수 10분이 지난 8시40분께 코스피 예상지수는 1820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난 주말보다 140포인트(7%)나 떨어진 지수였다.

이씨는 "HTS를 켜곤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60포인트가량 떨어진 1901.15에 장을 시작했다.

미국 발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우려,유가 급등,중국 추가 긴축 가능성 등 글로벌 악재가 국내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일찌감치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날 급락은 미 증시 하락에 과민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하며 추가 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증시가 지난 8월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이후 쉴 새 없이 오른 데 따른 조정 성격이 보다 크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악재에 무릎 꿇은 증시

22일 국내 증시는 외풍에 떨어야 했다.

지난 19일 미국 증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여파가 소비와 미국 경기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되며 급락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응급처방이던 미 금리인하 약발이 소진되면서 미국 경기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까운 중국을 봐도 살얼음판이다.

중국시장 급등 불안감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의 제17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긴축과 관련된 조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내부적으로도 시중 자금의 지나친 중국펀드 쏠림 현상과 중국 관련주 중심의 외줄타기 랠리로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미국 경기 경착륙 가능성이나 중국시장 버블 논쟁 등의 변수 하나하나가 시장에서 민감하게 작용할 재료"라고 분석했다.


◆1900선 아래선 분할매수 할만

코스피지수는 이날 꿋꿋이 낙폭을 줄여갔다.

장 막판에는 기관투자가의 순매수에 힘입어 1900선을 회복한 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60일선(1893포인트)에서 강한 지지력을 보인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추가 하락하더라도 1850선에서는 지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8~10월 상승폭의 50%를 되돌림하는 선이다.

박찬익 모건스탠리 상무는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을 전망인 데다 기업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며 "지수 2100선 근처에서는 부담이지만 1900선 아래라면 충분히 사들어갈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120일선(1800선)이 유지된 상황이어서 상승추세가 깨졌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오 팀장은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국내 증시는 조정국면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이어질 주요 변수들이 여전히 투자심리를 억누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23일에는 중국이 9월 소비자물가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발표한다.

미국 주택경기 침체 상황을 보여줄 9월 기존주택판매(24일)와 신규주택판매(25일)도 공개된다.

오는 30~31일에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추가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불투명성을 감안해 일각에선 보다 보수적인 접근을 권하는 의견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리서치부문 대표는 "미국 유럽 등 경기관련 지표들이 나빠지고 있어 그 추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글로벌 경기둔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연말 2000선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