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Mr.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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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대학교수를 겸하던 여성작가가 털어놨다.
"일하는 여자는 남편이 놀면 눈총받아요.
" 외환위기 직후 한 전문직 여성은 이렇게 얘기했다.
"직장인 건강보험에 남편을 수혜자로 올려달라고 했더니 반나절도 안돼 회사안에 소문이 좍 퍼졌어요.
'누구 남편 집에서 논대'라구요."
세상이 변한 것일까.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남편,이른바 'Mr.주부'가 2003년보다 42.5% 증가한 15만1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한 취업포털에서 알아봤더니 응답 남성 33.1%가 전업주부(專業主夫) 노릇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 영상물에 Mr.주부가 나타난 건 2000년.원미경 주연의 TV극 '아줌마'에서 대학교수인 아내(심혜진) 대신 아이 키우고 살림할 것을 조건으로 결혼하는 예술평론가(송승환)가 처음이었다.
2005년엔 좀더 본격화돼 드라마(불량주부)와 영화(미스터 주부 퀴즈왕) 곳곳에 앞치마를 두르고 애들 치다꺼리까지 도맡는 남편이 등장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일반화되면서 남녀의 역할분담에 대한 기존 관념 또한 바뀌는 만큼 누가 주부 노릇을 하느냐는 문제되지 않을지 모른다.
부부 중 한 사람은 집안일을 담당해야 한다면 여자 남자 구분보다 누가 어느 쪽을 더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일을 구분하는 게 백번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살림과 육아는 누가 담당해도 결코 만만하지 않고 부부 모두 남자주부에 대한 세간의 편견 내지 주위의 입방아에 아랑곳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여유와 배짱도 있어야 한다.
아내와 자녀를 위해 전업주부를 자처한 남편 프랭크의 외조로 유명한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회장의 회고는 한번쯤 참고할 만하다.
"사람들은 흔히 나를 성이 아닌 칼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내가 '너무 야심이 많아서' 자녀를 갖지 않는 쪽을 택했다는 이야기는 특히 마음 아팠다.
사람들은 전업주부라는 부정확한 묘사로 프랭크의 커리어를 비롯해 우리 가정과 지역사회에 쏟는 그의 기여를 무시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일하는 여자는 남편이 놀면 눈총받아요.
" 외환위기 직후 한 전문직 여성은 이렇게 얘기했다.
"직장인 건강보험에 남편을 수혜자로 올려달라고 했더니 반나절도 안돼 회사안에 소문이 좍 퍼졌어요.
'누구 남편 집에서 논대'라구요."
세상이 변한 것일까.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남편,이른바 'Mr.주부'가 2003년보다 42.5% 증가한 15만1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한 취업포털에서 알아봤더니 응답 남성 33.1%가 전업주부(專業主夫) 노릇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 영상물에 Mr.주부가 나타난 건 2000년.원미경 주연의 TV극 '아줌마'에서 대학교수인 아내(심혜진) 대신 아이 키우고 살림할 것을 조건으로 결혼하는 예술평론가(송승환)가 처음이었다.
2005년엔 좀더 본격화돼 드라마(불량주부)와 영화(미스터 주부 퀴즈왕) 곳곳에 앞치마를 두르고 애들 치다꺼리까지 도맡는 남편이 등장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일반화되면서 남녀의 역할분담에 대한 기존 관념 또한 바뀌는 만큼 누가 주부 노릇을 하느냐는 문제되지 않을지 모른다.
부부 중 한 사람은 집안일을 담당해야 한다면 여자 남자 구분보다 누가 어느 쪽을 더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일을 구분하는 게 백번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살림과 육아는 누가 담당해도 결코 만만하지 않고 부부 모두 남자주부에 대한 세간의 편견 내지 주위의 입방아에 아랑곳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여유와 배짱도 있어야 한다.
아내와 자녀를 위해 전업주부를 자처한 남편 프랭크의 외조로 유명한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회장의 회고는 한번쯤 참고할 만하다.
"사람들은 흔히 나를 성이 아닌 칼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내가 '너무 야심이 많아서' 자녀를 갖지 않는 쪽을 택했다는 이야기는 특히 마음 아팠다.
사람들은 전업주부라는 부정확한 묘사로 프랭크의 커리어를 비롯해 우리 가정과 지역사회에 쏟는 그의 기여를 무시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