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신정아씨 관련 미술전시회에 거액을 협찬,물의를 빚은 데 이어 이번엔 설립 목적과는 무관한 공익재단을 세워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산은의 공익재단 설립에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마저 심사 과정에서 투명성에 심각한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공기업은 정치권의 선심성 자금집행 민원을 거절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두고두고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정아씨 관련 의혹을 무마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산업은행은 22일 서울 여의도 산은캐피탈 건물 1층에서 김창록 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산은사랑나눔재단' 설립 기념식을 가졌다.

산은은 초기 출연금으로 56억원을 조성,저소득 빈곤계층 및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산은의 재단 설립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심사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제기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중소 사기업에서 오너가 재단을 악용,회사 자금을 전용하거나 남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처럼 산은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는가를 따져 본 것으로 전해졌다.

단적으로 말해 '총재 등 산은 경영진이 재단의 기금을 선심성으로 집행하거나 정치권의 요구를 들어주는데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있었다는 얘기다.

복지부의 제동으로 올 중반께 재단을 설립한다는 산은의 계획이 3~4개월 늦춰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기본적으로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이 정부 차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복지사업과 별도로 재단을 설립해야 하는가에 회의적 시각이 표출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산은의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은법 1조에는 "한국산업은행은 산업의 개발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산업자금을 공급♥관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또 다른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이 재단을 설립하지 않고 자체 조직을 통해 투명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은이 공익재단을 설립하게 된 동기도 석연치 않다.

산은은 지난해 연말 공기업의 연봉이 일괄적으로 공개되면서 다른 공기업에 비해 월등히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드러나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총재의 연봉이 7억4215억원,직원 평균 연봉이 8758만원으로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은 물론 일부 시중은행보다 많은 연봉이었다.

비난이 쏟아지자 김창록 총재는 연봉 1억원을 반납했고,1ㆍ2급 부서장들도 '자발적'으로 급여의 일부를 반납,6억원의 자금을 조성했다.

여기에 회삿돈을 더해 재단이 성립된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은 같은 공기업이 사회 공헌에 나서겠다고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한 마디로 난센스"라며 "공기업은 다른 무엇보다 설립 목적에 충실하는 것 자체가 공익에 더 큰 기여를 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산은은 "국책은행으로서 경제적 역할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재단을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금 집행과 관련해선,"모든 자금 집행은 이사회나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