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미국발 악재로 급락했던 지수가 반발매수세 유입으로 반등하고 있다.

그러나 방향성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

개인만 매수에 나서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 증시의 변수가 여전히 시장에 악재로 남아 있기 때문.

국내 증시 해외모멘텀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미, 중 증시의 동반조정이 지속될 경우 국내 증시가 나홀로 강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아니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이 조정을 받든 악재를 따라갈 기세다. 그렇지만 앞으로 어느쪽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하나대투증권은 23일 이들 양국 증시의 조정이 지속적으로 동조화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은 낮으며 조만간 차별화된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 김진호 연구원은 "무엇보다 현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증시의 조정이 미국발 악재에서 비롯된 것인지가 가장 기초적인 판단요소"라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의 조정은 지난 7, 8월 조정시 이미 부각됐던 주택경기의 둔화에 따른 경기침체우려와 기업실적의 둔화우려에 비롯됐다는 것.

반면 중국증시의 조정은 최초 홍콩 H주식과의 교차거래 허용에 따른 본토주식의 밸류에이션 부담,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의 추가적인 긴축가능성이 맞물린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미국의 경기침체가 중국경기의 둔화로 연결되는 시나리오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며, 미국과 중국 증시가 다른 행보를 걷는다면 추가적인 조정가능성 측면에서는 중국보다 미국에 무게가 실린다고 김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증시가 추가하락의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미국 증시의 반등여부가 절대적인 재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시가 반등 국면을 모색한려면 중국 증시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소연 연구원은 "지난 2월, 7월과 마찬가지로 이번 급락의 중심도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며 "문제는 지난 2, 7월과 중국 증시의 상황이 조금 달라져 있다"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2월말 21.7배에 불과하던 상해증시의 PER(12개월 forward 기준)는 현재 35.1배로 점프했으며 홍콩 H증시의 경우 상해보다는 덜하지만 역시 PER이 16.8배에서 23.1배까지 높아졌다는 것.

지난 19일 미국 증시의 폭락을 주도했던 업종이 서브 프라임의 영향이 우려되는 은행 및 소비재 업종이 아니라 'china play'로 대표되는 에너지, 소재, 산업재였던 만큼 실제로 이런 밸류에이션 부담이 업종별 수익률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7월 급락장에서처럼 저점 매수가 유효하려면 중국 증시의 견조한 상승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중국 증시가 과열 우려 속에 있는 것도 주의할 대목"이라며 "이는 그동안 우리 증시를 견인해 온 중국 관련주가 당분간 모멘텀을 받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다"고 전망했다.

중국과 미국 가운데 어느 증시가 더 중요한지는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향후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이들 양대 증시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주시해야 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