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구하기 힘들거나 전시회에서 매진이라고 소개되었던 화가들의 작품들이 줄줄이 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오치균, 사석원, 이왈종을 비롯하여 천경자 이우환 작품 등 높은 가격대가 형성되었던 작품들에 대한 판매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그 동안 경매에서 예정가 이상에 낙찰되었던 화가들의 작품들이 최근들어 줄줄이 유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낙찰 가격대비 적게는 20%정도, 많게는 50%이상씩 낮은 가격에라도 판매를 해달라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7월보다 많이 떨어진 가격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천경자씨의 작품도 최근 3개월 사이에 호당 2000만원 가량 떨어진 상태이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그간 경매사가 감정하여 진품이라고 내놓은 변시지 화백의 위작사건, 지난해 서울옥션이 감정하여 경매에 낙찰된 이중섭 화백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위작으로 밝혀지면서 진품여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결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무엇보다 이제는 미술품 구매자들이 감정에 대한 문제를 명백히 알고 작품에 대해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감정사들이 대부분 화랑주인 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즉, 자신이 판매한 작품을 위작으로 결정할 화랑주인은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감정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감정에서 정품으로 판정된 작품이 위작으로 밝혀진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 화랑에서 판매하고 있는 국내 유명화가 작품 중 30%가 위작이다. 그럼에도 화랑에서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로화가 박남, 최우상 화백의 위작 등이 인터넷에 등록된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화가들이 어느 화랑 어느 창고에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위작이 있는지 조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제는 더 많은 위작이 유통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이다.

이러한 문제가 겹치면서, 국내 유명한 오프라인 경매사들에서 유찰이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달 15, 16일 열린 서울옥션 경매 결과를 보면 천경자 작품 4점 중 3점이 유찰되었고, K옥션 경매에서도 이대원 작 “못”, “새싹” 등이 유찰되었으며, 서울옥션, K옥션 경매 결과를 보면 김종학 작품 3점, 사석원 작품 5점이 유찰되었다. 또 박수근의 판화세트, 변관식의 10폭 병풍이 유찰되었으며, 도상봉(서울옥션) 최영림 임직순 오지호 김상유(K옥션)의 작품 중 상당수가 유찰되었다.

지난 10월 16일 전주에서 진행된 제3회 A옥션 경매에는 144점이 출품되었지만, 낙찰된 작품은 47점에 불과하다. 이대원의 <농원>(추정가 1억5천만원)이 유찰되는 등 낙찰 작품은 전체의 33%에 머물렀다. 2회 때 낙찰률 78%에 비하여 33% 낙찰률은 떨어진 정도가 아니고 폭락수준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원인은 진품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털아트(www.porart.com) 김범훈 대표는 “변시지 화백의 위작 사건의 경우는 경매사들이 도록만 정확히 보았어도 해결된 문제였고, 더 간단히는 변시지 화백에게 작품을 보여 주고 확인을 받아서 경매에 등록했다면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유명화가에 대한 신뢰를 급속히 잃게 하고 있기 때문에 유명화가 작품들 가격이 내려가는 요인 중 하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포털아트는 국내 유명화가의 경우 100% 화가로부터 직접 받아서 화가가 확인한 작품을 경매하고 있기 때문에 위작 사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화랑에서 판매하고 있는 국내유명화가 작품이 30%나 위작임은 다 아는 사실인데, 화랑들이 이를 개선할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만약 화랑에서 이를 개선할 대책을 만들지 못하면, 경매 유찰은 더 심해질 것이고, 팔려는 작품들은 더 나오고, 판매는 더 부진해 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작품을 팔자고 화랑에 나오는 현상에 대하여 거품이 끼인 작품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은 모 신문을 통하여 "미술품은 장기 투자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단기 수익을 노린 일부 투기세력 때문에 작품 값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지금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 같다"며 "미술관이나 공공컬렉터들이 꺼리는 작가 작품은 구입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