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在旭 < 경희대 교수·경제학 >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래서인지 마이크로소프트,나이키,GE 등 세계 유명 기업들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채택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주장은 이해관계자(stakeholder)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기업은 주주,경영자,종업원,소비자,지역사회,중소기업 등과 관계를 맺는 사회의 한 조직이기 때문에 주주를 위한 일방적인 이윤 추구보다는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윤극대화만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만족시켜 주는 것도 없다.

많은 사람이 이윤극대화가 주주만을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주주는 물론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채임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목표로 삼는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것이다.

기업은 수많은 사적(私的) 개인들 간의 계약들로 형성돼 있는 조직이다.

한 음료회사의 경우를 보자.이 회사의 주식을 구입한 사람,돈을 빌려준 사람,과일을 생산하는 농부,공장 근로자,경영자,음료수 병 디자이너,유리업자 등 수많은 개인들이 이 회사와 계약을 맺어 생활하고 있다.

만약 이윤이 줄거나 이윤이 사라져 이 회사가 재무상 어려움을 겪거나 최악의 경우 문을 닫게 된다면 그야말로 이 회사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고통을 겪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고 그 이윤을 바탕으로 계속 생존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이익이 된다.

그러므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새로울 것도 없고 의미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해관계자 이론이 기업의 윤리로까지 둔갑한다.

물론 기업의 윤리라는 것이 있다.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고 엉터리 제품을 만들지 않으며,투자자들을 속이지 않고 투명하게 경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며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기업의 윤리라는 명목으로 기업을 압박할 필요도 없다.

시장이 경쟁적이라면 기업들은 그런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이윤을 얻어야 시장에서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다.

그것은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사줄 때 가능하다.

소비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소비자를 기만하는 엉터리 제품을 계속 반복해서 사줄리 만무하다.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로 정직한 기업과 거래하고 싶어 한다.

투자자를 속이는 기업들에는 두 번 다시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업의 윤리가 문제라면 우선 시장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윤리가 강조되는 것은 불합리한 행동을 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으며 그 경우 소비자와 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고통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우를 대비해서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은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기업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내세워 수익금 중 일부를 기부하거나,각종 봉사활동을 통한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기업이 기부금을 내고,사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모두 기업의 이윤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이것은 결국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기업의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까지도 해치게 된다.

우리 사회에 가난한 사람을 위한 자선활동과 학교나 문화 시설에 대한 기부 활동이 정말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덕목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것은 그야말로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돈 많은 자산가가 자발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윤추구야말로 변하지 않는 기업의 목표이며 소비자를 위하고 주주뿐만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것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임을 이해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기부와 봉사활동을 청원하거나 강요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