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주류업체와 유업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가을과 겨울 시즌은 최대 성수기이기 때문.뜨거운 여름철에는 소비자들이 알코올 함량이 높은 술을 멀리하게 마련이다.

또한 텁텁한 우유보다 깔끔한 차음료를 찾는 빈도도 높다.

그렇지만 가을과 겨울에는 정반대다.

특히 가을철(9∼11월)은 우유와 발효유 매출이 유업계 연간 판매의 35%를 차지한다.

소주와 양주 판매도 상승 곡선을 그린다.

기온이 내려가면 부드러운 음료와 독주 선호도가 높아지기 때문.이 즈음에는 야유회나 단체여행 운동회 동창회 등 각종 모임도 증가해 술자리도 는다.

소주와 양주 시장은 올 들어 소폭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주 판매량은 1∼8월 7175만300상자(1상자당 360㎖들이 30병)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 늘었다.

양주 판매는 올 들어 9월까지 209만3772상자(1상자는 500㎖들이 18병)를 기록,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증가했다.

이 중 15년산 이상의 슈퍼프리미엄급은 56만27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늘었지만 프리미엄급(12년산)은 150만6263상자로 1% 늘었고,스탠더드급(6∼8년산)은 2만7482상자로 13% 감소했다.

고급 양주 판매 증가세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셈.

맥주시장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1억3946만3000상자(1상자는 500㎖들이 20병)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증가했다.

소주 업체들은 판매 증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리뉴얼 제품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산주류는 7월 20도 짜리 '처음처럼'을 19.5도로 낮춘 리뉴얼 제품을 출시했다.

진로도 한달 후인 8월 19.8도에서 19.5도로 낮춘 '참이슬 후레쉬' 리뉴얼 제품으로 응수했다.

9월에는 전남 지역 소주업체 보해가 잎새주 도수를 0.6도 낮춘 19.5도 짜리 리뉴얼 제품으로 경쟁에 합류했다.

이들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전쟁에 뛰어들었다.

리뉴얼 제품은 도수를 낮추는 저도화 경향을 띠고 있으며 참이슬 후레쉬는 설탕을 빼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소주 이미지를 키워가고 있다.

양주 업체들은 위조주 방지 시스템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가짜 양주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막는 길이야말로 최상의 판매 촉진책이란 인식에서다.

2002년 홀로그램으로 처음 위조주방지 장치를 선보였던 디아지오코리아는 '예스코드'란 새로운 위조방지 장치를 도입했다.

이 장치는 제품 라벨에 인쇄된 숫자만으로 정품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진로발렌타인스도 비슷한 형태의 키퍼캡을 내놨고 롯데칠성음료는 스카치블루에 DNA 시스템을 선보였다.

병의 태그에 들어 있는 전용 용액을 라벨에 묻히면 라벨 색깔이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어 위조주를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맥주 업계는 신제품 경쟁에 한창이다.

하이트는 '맥스'와 '에스'맥주를 잇따라 내놨고 최근에는 생맥주 제품인 '맥스 드래프트'를 출시했다.

맥스 드래프트는 생맥주 시장에 13년 만에 나온 신제품.여기에 오비맥주는 '카스 아이스라이트'와 '카스 레드'로 맞대응하고 있다.

유업체들은 정체 상태인 우유 시장에서 벗어나 발효유와 기타 식품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프리미엄 발효유 시장에서 나타났다.

남양유업은 100% 천연 원료만을 사용한 프리미엄급 발효유 '자연의 시작 불가리스'를 출시하고 톱 탤런트 이영애를 모델로 기용,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매일유업도 인도 전통음료에서 착안한 '라씨'와 떠먹는 요구르트 제품 '아침에 사과'를 내놨다.

'라씨'는 복합 프로바이오틱 유산균과 스위스산 허브추출물,식이섬유,레몬 과즙 등을 넣어 웰빙 푸드임을 내세운다.

'아침에 사과'도 불가리아 유산균과 사과 과육을 넣어 아침식사 대용 및 간식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일찌감치 자리를 굳힌 프리미엄급 발효유 '쿠퍼스'의 인기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서울우유도 무화과를 원료로 한 '지중해의 아침'을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내세웠다.

영역 파괴 바람도 거세다.

우유 분유 요구르트 등 전통 유제품만을 생산·판매했던 기업들이 고유의 사업영역을 뛰어넘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것.

한국야쿠르트는 웰빙 트렌드에 힘입어 흑마늘음료 '천년의 식물 산(蒜)'과 야채음료 '하루야채'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냉장 사과주스 '썬업리치 애플'로 신시장 개척에 나섰다.

국내 분유시장 1위 업체인 남양유업은 차(茶)음료에서 성장 동력을 찾았다.

2004년 녹차 위주의 차 음료시장이 연간 600억원에 그쳤으나 '17차'의 등장 이후 다양한 혼합차가 쏟아져 나오며 올해에는 2000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서울우유도 창립 7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커피업체 '스타벅스'의 한국 배급권을 가진 동서식품과 제휴해 컵 커피 시장에 진출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