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출신 재무설계사인 정성락 대한생명 파이낸셜플래너(FP)는 지난 19일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독창회를 열었다.

400여석을 메운 관객은 대부분 정씨의 고객이었다.

바리톤 특유의 중후한 음색이 가을 밤을 수놓으며 가을 정취를 북돋웠다.

10년간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 성악가로 활동했던 정씨가 설계사로 변신한 것은 지난해 9월."루치아노 파바로티도 생계를 위해 보험설계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가 성악에서 최고였다면 저는 보험업에서 성공한 최초의 성악가 출신 설계사가 되고 싶습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정씨는 결혼 후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아내가 신문사 해외지사,무역회사 등에서 근무하며 유학생활을 지원했지만 경제적으로는 너무 힘들었다"면서 "1998년 첫 아들을 낳았지만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맡겨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뉴욕에서 빌라델비아 장로교회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2003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주립오페라단의 상임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씨는 부모님의 건강이 나빠진 데다 오랜 외국생활로 아이들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에 2005년 귀국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유명 공연의 티켓 가격이 비싸고 대중화되지 못해 음악 활동의 벽이 높았고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대한생명 남성 전문설계사 조직에서 보험 영업을 시작했고 올해 9월까지 '대기업 부장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실적을 냈다.

정씨는 "성악가로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매너와 멋진 목소리가 많은 도움이 됐다"며 "독창회는 제 스스로 문화 마케팅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고객의 문화생활을 위해서라도 매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