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홍보부족ㆍ국내 특급호텔도 외면

외국인들 "전통 식문화 홍보 시급"

외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한국 음식은 비빔밥이며 불고기,갈비,김치,삼계탕이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 외국인 10명 중 6명가량은 한국 음식의 글로벌화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지만,이를 위해서는 매운 맛과 마늘 등 독특한 냄새를 순화하는 한편 홍보와 맛의 표준화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한국에 체류 중인 207명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또 위생,서비스,인테리어 및 포장의 향상과 표준화된 조리법 등을 한국 음식 글로벌화의 과제로 제시했다.


◆한식 세계화,정부·고급호텔부터 앞장서야

CICI가 이 같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3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주최한 '한국 식문화 글로벌화 토론회'에서 50여명의 한식 관련 종사자들은 "고급 호텔 등 민간기업과 정부가 한식 세계화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게 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전통 증류식 소주인 '화요'를 생산하고 있고,고급 한식당 '가온'을 운영 중인 광주요의 조대권 회장은 "한식당 없는 특급호텔들이 수두룩한 게 우리 현실"이라며 "우리 스스로 외면한 전통 음식을 외국인들이 찾길 바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특급호텔 중 한식당이 있는 곳은 롯데,워커힐 호텔뿐이다.

국내 최고(最古)호텔인 조선호텔마저 올초 한식당을 없앴다.

폴 쉥크 특급호텔 외국인 조리장협회 회장은 "한국에도 전통 식문화가 있음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김치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한식은 일본,중국식의 퓨전 스타일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영 용수산 대표는 "한식에 스며 있는 '빨리 빨리' 문화는 일종의 콤플렉스"라며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한식당 대부분이 대기업이 아닌 개인들의 생계형 식당이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용수산ㆍCJ푸드시스템 등의 '작은 성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수산이 네덜란드 항공사와 제휴해 기내식을 용수산 메뉴로 하기로 했고,CJ푸드시스템이 비빔밥을 무기로 일본 나리타공항 등 각국 공항에 진출하고 있는 등 한식의 글로벌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조 회장은 "한식은 저렴하고 서민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빨리 벗어나 고급화를 지향해야 한다"며 "우리도 30만원짜리 홍계탕을 당당하게 외국에서 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미비하다는 비판도 많았다.

문화관광부가 한글ㆍ한식ㆍ한복ㆍ한옥ㆍ한지ㆍ한국음악 등 '한(韓)스타일' 6대 브랜드를 세계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식을 알려주는 일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한 토론회 참석자는 "적어도 주한대사관 옆에만이라도 고급스러운 전통 한식점을 차리는 일부터 지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