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짝퉁(가짜) 구분이 쉽지 않다.

어느 때는 진짜를 밀어내고 짝퉁이 주인행세를 하기도 한다.

채플린의 흉내내기 대회에 출전한 채플린이 정작 자신은 4위를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짝퉁이 판치는 세상이 실감난다.

모방을 일삼는 짝퉁은 오랜 세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방을 '창조의 아버지'라 여긴 까닭에서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가짜 미술품이 극성을 부렸는데,미켈란젤로조차도 고대 그리스의 명화들을 수없이 베껴냈다고 한다.

하도 정교하게 그린 탓에 진품과 위작을 구별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이제 짝퉁은 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예술품은 물론이고 과자에서부터 의류와 전자제품,심지어는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식재산권의 정수라고 하는 콘텐츠가 무단 전재되는가 하면,불법유통이 국제적으로 판을 치고 있다.

해적판의 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견디다 못해 영국의 명품 메이커인 버버리는 상징처럼 굳어진 '체크' 브랜드를 빼고 새로운 로고를 쓰고 있다.

체크 무늬 브랜드가 너무 알려져 이를 모방한 짝퉁이 마구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이나 주류,시계 등 명품메이커들도 모조품 방지에 골치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검토되어 왔던 '짝퉁방지조약'이 오는 12월중 체결된다는 소식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들이 주동이 되어 추진되고 있는데,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모조품으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기 수출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확산되는 한류확산에도 짝퉁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우리 수출시장이 잠식되고,회사 이미지가 실추되는 예도 허다하다.

역사가 칼라일은 "모든 가짜는 진짜 앞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종종 유혹에 빠지곤 하는 '짝퉁사랑'은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