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전자 및 철강산업 등 국가 경제에 중요한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에 나섰으며 이에 대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자칫 '반외자 정서'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경우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지만 (삼성전자 등) 전자산업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FT의 이 같은 보도는 산업자원부가 지난달 18일 국회에 제출한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개정안 내용을 뜯어 보면 'M&A 방어책을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이달 초 국내 일부 언론은 "외자 M&A 방지법을 도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삼성전자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업체들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 시도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도 국내 언론을 인용해 이 구절을 기사에 넣었다.

◆개정안 어떤 내용이기에

산업자원부는 국회의원들이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를 방어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자 일종의 타협안을 냈다.

산자부는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명시된 국가 안보 관련 내용을 법 시행령에서 4가지로 구체화하고 이에 대해 외국인 투자를 심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었다.

이는 'M&A 방어책 강화'를 반대한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여러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제출한 의원입법안과 큰 차이가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심사 요청이 오면 외국인투자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산업으로 제한되고 심사 기준도 글로벌 스탠더드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지금도 전력 통신 운송 방송 신문 등 국가 기간산업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아닌 다른 개별 법령 등을 통해 외국인 투자 한도가 정해져 있다.

◆국회의원들 주장은

당초 국회의원들은 우리나라 전략산업이나 기간산업에 대한 M&A 방어책이 필요하다며 의원입법으로 법안들을 제출했다.

민주당 신국환 의원은 '국가 경제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 심사해 시정명령 등 조치를 취하자고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배기선 의원과 김종률 의원은 국가안보뿐 아니라 '경제질서'를 왜곡ㆍ혼란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투자를 제한하거나 사전 승인과 사후 처분 명령을 도입하는 법 개정안을 각각 내놨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