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0나노 64기가비트 시대' 열었다
삼성전자가 23일 30나노 64Gb 낸드플래시를 개발,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먼저 '30나노 시대'의 막을 올렸다.

2001년 이후 8년 연속 '황의 법칙'을 통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는 이로써 다시 한번 '메모리반도체의 절대강자'의 위상을 과시하게 됐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일본,미국업체들의 기술 추격 사정권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도 이날 '신제품에 몇 점을 줄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항상 100점을 줘야지 않겠느냐"며 기술력의 우위를 자신했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30나노 64기가비트'제품 개발로 낸드플래시의 무한 영역 확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톱만한 크기의 칩에 45만권의 책,40명의 DNA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꿈의 반도체'가 현실화된다는 점에서다.


◆기술한계 또 넘어섰다

현재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50나노에 이어 40나노 공정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40나노 공정을 개발한 뒤 일부 업체들이 연이어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서 기술 격차를 좁힌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이전까지 30나노공정 개발에 성공한 업체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30나노 공정에 필요한 장비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SaDPT'란 신공법으로 30나노의 벽을 넘어섰다.

지난해 '전기를 도체가 아닌 부도체에 저장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개발한 'CPT'기술에 이어 다시 한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해 보인 것.'SaDPT'는 기존 업체들이 개발 중인 DPT기술을 업그레이드 시킨 기술이다.

DPT가 반도체 원판에 40나노 장비를 이용,두 차례에 걸쳐 미세회로를 인쇄(포토공정)하는 방식인 것과 달리 이 기술은 회로를 한 번만 인쇄한 뒤 산화막을 덧씌우는 방식으로 제조원가를 크게 낮출수 있다.

◆낸드플래시의 사용처 무한확장

삼성전자는 새로 개발한 30나노 64Gb 낸드플래시가 기존 반도체의 영역을 넘어서는 무한한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반도체에 비해 용량은 획기적으로 늘고 크기는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개발한 32기가바이트 낸드플래시가 영화 40편을 담을 수 있다면 이번에 개발한 64기가비트 낸드플래시에는 영화 80편을 저장할 수 있다.

또 국회 도서관에 있는 45만권의 책도 담을 수 있을 정도의 용량이다.

삼성전자는 2년 후 이 칩을 본격 양산에 들어가면 2011년까지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시장 규모도 3년간 20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개인용PC에 들어가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가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SSD(Solid State Disk)로 급속히 대체될 전망이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이용해 만든 기억장치로,HDD에 비해 동작속도와 PC 부팅 속도가 빠른 특징을 갖춘 제품.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64기가비트 낸드플래시를 이용하면 최대 256기가바이트의 SSD를 만들 수 있어 100기가바이트급 HDD보다 용량도 크고 성능도 좋은 노트북PC,데스크톱PC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칩'도 64기가비트 낸드플래시가 창출할 수 있는 신시장이다.

바이오 칩은 반도체에 인간의 DNA정보를 수록,피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각종 질병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는 차세대 퓨전 반도체. 이번 64기가비트 낸드플래시를 이용해 최대 128기가바이트 메모리카드를 만들면 최대 40명의 DNA를 저장할 수 있는 바이오 칩 개발도 가능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테라(1조비트)급 반도체 시대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후발업체의 가술추격 따돌릴까

업계는 이번 30나노 공정 개발로 삼성전자가 후발업체의 기술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이후 미국과 일본,대만 업체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삼성전자를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도시바가 최근 "2009년까지 3년간 1조엔(약 8조원)을 투자해 30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며 '대(對)삼성' 공세를 강화했고,하이닉스반도체도 최근 40나노급 공정개발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인텔도 최근 32나노 시스템LSI를 개발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도시바 등이 2009년에 30나노급 반도체를 양산한다고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서 내년 말에 30나노 칩을 양산할 수 있다"며 "기술 격차가 쉽사리 좁혀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