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洸祿 < 충북대 교수·법학 >

'법학전문대학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상 그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풍부한 교양,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을 가진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니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기존의 법조인 양성제도가 교육과 사법시험으로 그 과정이 분리돼 제대로 된 법학교육이 이뤄지지 못함으로써 소위 '무늬만' 전문 법조인이 양산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도입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사법현실이 열악하다는 것은 여타 선진국 시장과 비교한 수치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국민소득 10억달러당 연간 신규 민사사건 수는 1941건으로 일본(104건)에 비해 20배나 많으며,특히 변호사 1인당 사건 수임 건수는 영국이 13.8건,일본이 24.3건 등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89건으로 주요 선진국의 약 10배에 이른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법학교육은 고사하고,'무늬만' 전문 법조인조차도 턱없이 부족해 국민을 위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는 아예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한 해에 1000명 정도 양성되는 현행 제도로는 우리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따라 로스쿨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를 위해 무려 1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로스쿨 입학 총정원을 1500명으로 결정했다.

초기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로 한다고 해도 로스쿨 도입 이후 한해 배출되는 변호사의 수는 고작 1200명 선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의 제도 아래에서도 10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됐는데,국가적 차원에서 무려 13년이나 걸려 도입한 로스쿨체제 하에서 고작 200명의 변호사가 더 배출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대한변호사협회는 "현재 서초동에서 개업하는 변호사들의 절반은 사무실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하며 더 이상의 증원을 반대하고 있고,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러한 목소리를 그저 대변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의 스카덴 법률회사에는 1700여명의 변호사가 속해 있다.

이들은 뉴욕을 비롯해 베이징 홍콩 도쿄 등 전 세계 22개 지역에 사무실을 열고 있다.

그런데 스카덴 법률회사는 영업시간의 3%를 무료 법률서비스에 할애하는 것은 물론,특히 뉴욕과 워싱턴 사무실은 변호사를 교체하면서 풀타임 무료 법률서비스를 가난한 개인이나 소규모 비영리 단체에 제공하는 등 공익활동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나선다.

또 다른 법률회사인 클리어리 고틀립에는 850명 이상의 변호사가 뉴욕 모스크바 런던 파리 등 세계 12개 지역에 사무실을 열고 있으며,이곳 또한 2003년 기준 연간 6만시간의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클리어리 법률회사는 한국의 법률시장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한국법에 대해 실무적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의지를 명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와 최근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이 개방돼도 "현재 서초동에서 개업하는 변호사들의 절반은 사무실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고집한다면 그야말로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우물안 개구리'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국내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소위 외국계 로펌이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법률시장이 개방됐을 때 오히려 '우리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이 있고,사회ㆍ공익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진정한 전문 법조인을 충분하게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 법률시장이 무한경쟁 속에서 생존해나갈 수 있는 필수 전략인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러한 법학교육의 현실적 필요성을 제대로 알고 로스쿨 총정원 문제를 신중하게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