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둥근 가슴을 만지다 보면 낮은 천장에도 어둠을 밝히는 달이 떠올랐다 초승달 보름달 사이로 자전을 하고 파도가 밀물져 들 때 작은 돛을 띄워 달에게로 건너가곤 하였다.'('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중)

시인 송종찬씨(41)가 두번째 시집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작가)를 출간했다.

첫 시집 '그리운 막차'를 낸 뒤 8년 만이지만 시인은 '일부러'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다.

"요즘 우리 문단을 보면 감각적인 시를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큰 데 그런 흐름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역시 고전적이면서도 깊이있는 작품들이 많다.

첫시집부터 지금까지 그는 생(生)에 대한 근원적인 그리움을 차분하게 노래해왔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귀뚜라미 운다/ (중략)/ 여름날 폭풍우에 휩쓸려간/ 생의 부표를 어루만지듯/ 이슬은 발 밑에 내려 쌓이고/ 멀어져 가는 들과 하늘/ 나와 나 사이에서 또/ 벌레들이 운다.'('사이' 중)

이런 그리움들은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그의 시 밑바닥에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경계인'의 인식이 깔려 있다.

자신이 만든 선 위로 잘도 오가는 거미와 달리 '내가 만든 인연에 자주 발이 걸려 넘어졌다'('거미의 방')는 시인의 고백에서도 알 수 있다.

"남들이 학생 운동과 고시 공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을 때 저는 시인의 길을 갔죠.중심부가 아닌 주변부로,회색 지대로 스스로 들어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경계인' 의식이 그의 시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바깥부터 차근차근 다져들어가며 속을 하나씩 채워가는 '자기완결성'의 방식이 거기에서 나온다.

월급쟁이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시인은 일상에서 받은 상처들을 시작(詩作) 활동으로 치유받는다.

'밖에서 밥을 벌어와 안을 채우고 안에서 그리움을 키워 밖을 채웠다'는 그의 자서(自序)가 뭉클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