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해외에서의 인재 확보 전쟁에서 유명 다국적 기업에 열세인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사인 헤이그룹의 레이지 오타키 아시아총괄대표는 24일 "기업의 세계화는 4가지 단계를 거쳐 진화하며 각 기업이 속한 단계에 따라 필요한 인재 유형이 다르다"면서 "특히 한국 기업들은 인도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의 최고 인재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100명의 최고인사책임자(CHO)를 대상으로 한 오타키 대표의 조찬 특강을 정리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차례 '글로벌'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기업의 글로벌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세계화는 4단계를 거쳐 발전하고 진화한다.
첫번째가 '인터내셔널'(국제화) 단계다.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들이 해당된다.
다음은 '멀티내셔널'(다국적) 단계다.
단순 수출에서 벗어나 현지 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제품을 수정하는 단계다.
가령 미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변화를 주는 식이다.
이런 기업에는 유능한 현지 매니저가 필수 인력이다.
고객의 요구를 경청하고 생산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현지 언어에 능통하고 양국의 문화 차이를 잘 이해해야 하며 협상력을 발휘해 본사와 현지법인의 조율작업을 매끄럽게 해내는 것이 매니저의 필수 조건이다.
다국적 단계에서는 업무 형식이 분산화되기 시작하고 본사와 현지법인 사이의 문화 다양성을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관된 통일성을 요구받기 시작한다.
여기서 진화한 단계가 '글로벌'(세계화) 단계다.
회사 운영의 중심축이 하나의 구심점으로 모이게 되고 제품의 품질관리 등에서 통일성을 강조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글로벌 기업에는 제대로 훈련된 해외 파견 매니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어서 마지막인 '트랜스내셔널'(초국적) 단계로 기업은 이행한다.
이 단계에서는 인재의 국적은 상관이 없다.
회사의 지향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할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
진정한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국제화에서 다국적으로,또는 다국적에서 글로벌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주로 국내 인력을 해외 현지법인으로 파견하는 것을 선호한다.
문제는 충분히 경험을 쌓지 못한 인력들이 해외에서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속한 세계화의 단계와 그에 맞는 인력 수급이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가령 삼성이나 소니 캐논 등은 브랜드 구축을 잘 해서 브랜드로만 보면 이미 초국적 단계로 접어들었다.
미국이나 유럽 소비자들이 소니와 삼성 브랜드는 잘 알지만 어느 나라 기업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니의 경우 조직은 아직 다국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불균형 상황이 지속되면 브랜드 자체도 초국적 수준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지금 한국 기업에 필요한 것은 해외에 파견할 인재를 충분히 교육하는 것이다.
현지의 목소리를 정확히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서 내보내야 한다.
또 기업의 핵심 인재 역할을 할 현지 매니저를 키워야 한다.
글로벌 리더는 남성이든 여성이든,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상관이 없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을 보면 우수한 현지 인력 채용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지인을 리더로 키우는 것은 매우 더디다.
해외 법인장들은 대개 한국에서 파견한 인력이다.
자연히 파견된 인력과 현지 직원 간 의사 소통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파견된 직원은 일일이 본사의 의견을 묻고 허락을 받아 일을 처리한다.
일본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현지인들과의 교류도 빈약하다.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인들에게 아시아 지역을 주목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아시아적 사고방식이 한국 기업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많은 서구 기업들도 아시아계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아시아 출신 인재들을 보면 인도 태생이 압도적이다.
이어 중국과 싱가포르가 뒤를 잇고 있다.
한국과 일본 출신은 거의 없다.
아시아 지역 내의 다국적 기업을 보더라도 인도 싱가포르 중국의 순서로 분포돼 있다.
한국 인력들이 해외로 더 진출해야 하고 또 한국 기업들은 아시아 출신의 인재들을 적극 확보해야 한다.
아시아 인재 유치와 함께 한국 기업들이 주력해야 하는 것은 고용주로서의 브랜드 개선이다.
인재들이 스스로 문을 두드리도록 고용주도 브랜드 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이런 작업은 본사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동영상 : hice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