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재테크 패턴이 '예금에서 투자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주식이나 채권 등 투자 상품을 파는 투자신탁사와 투자자문회사 신탁은행 생명보험사 등의 신탁 잔액은 413조엔(약 3300조원.올 3월 말 기준)에 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노무라종합연구소 자료를 인용,24일 보도했다.

이는 2003년 3월 말과 비교해 200조엔가량 증가한 규모로 지난 4년간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투신 상품의 판매 급증에 힘입어 투신사 등은 지난해 수수료 수입으로만 8500억엔을 벌었으며 올해는 1조엔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은행 예금 잔액은 올 3월 말 530조엔으로 지난 4년간 6%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과거엔 여윳돈만 생기면 은행에 예금하는 것밖에 모르던 일반인들이 점차 주식과 채권 외환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 배경엔 불어난 금융 자산과 일본의 초저금리가 겹쳐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석송규 일본 캐피털파트너스증권 이사는 "올 들어 단카이(團塊.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면서 퇴직금 등 목돈이 생겼지만 이 돈을 굴리기에 은행 예금 금리는 너무 낮다"면서 "때문에 안전 자산을 선호해 온 일본인들이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신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부터 정년 퇴직을 맞는 단카이 세대의 퇴직금은 50조엔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중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0.35% 안팎으로 0.5%에도 미치지 못한다.

퇴직금 전액을 맡기더라도 이자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로 인해 최근 투자 환경이 악화돼 투신 신탁액 신장세가 단기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보유 자산에서 차지하는 예금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투신 상품으로의 개인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