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연장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파병 연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확정,사실상의 실력행사에 들어갔고,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파병연장 문제를 대선 쟁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이에 맞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연일 찬성 입장을 천명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 후보는 대선판을 '평화세력 대 대결세력'의 구도로 전환시키겠다는 의도를,이 후보는 '실용주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속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당은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라크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의 철군시기를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반대' 당론을 채택했다.

이날 의총에는 소속의원 141명 중 60명밖에 참석하지 않아 의결정족수가 미달됐지만 김효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71명의 의원들이 파병연장 반대 서명에 참여한 것을 근거로 참석의원들이 박수로 당론 확정을 추인했다.

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정부는 철군계획서를 지난 6월까지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는데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경시한 것은 유감"이라며 "철군하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며,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정 후보는 "우리는 이명박 후보와 지향점이 다르며,그것을 분명히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해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도 활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반면 이 후보는 이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한·미 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미래에 다가올 자원전쟁에 있어 이라크라는 나라를 가까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외교,자원외교,전후복구사업에 참여할 기업들을 생각해 1년 연장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라크는 원유 지상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보다 훨씬 많은 나라"라며 "자이툰 부대가 주둔해 있는 곳도 기름 밭 위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당초 이날 의총에서 파병연장 동의안에 대한 '찬성' 당론을 채택할 계획이었지만 "정부가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당론을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에 따라 일단 결정을 유보했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상 파병연장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대파인 신당과 민주노동당이 150석을 차지하고 있어 찬성파인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143석)보다 다소 우세하지만 신당 내 보수성향 의원이나 강경 친노파 의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