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현재 몰고 다니는 자동차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고심 끝에 결정한 '애마'였을지라도 몇 달이 지나면 첫 만남의 짜릿함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만다.

공장에서 갓 출고된 '나만의 차량'이 고객에게 넘어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밋밋하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져오라'고 영업사원에게 통보한 뒤 차 열쇠만 건네받는 게 전부니,특별한 감동을 기대하는 건 애당초 무리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8일 독일 뮌헨의 BMW본사 옆에 문을 연 'BMW벨트(BMW Welt)'는 '자동차 인도·인수 방식의 혁명'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하다.

BMW를 선택한 고객들이 'BMW 브랜드의 고향'인 이곳을 방문해 직접 차량을 넘겨받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구름을 닮은 지붕과 소용돌이 치는 물살을 형상화한 BMW벨트는 척 보기엔 자동차 출고장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연상케한다.

세계 최대 항공기인 에어버스 A380이 들어갈 정도로 웅장한 규모(연면적 7만5000㎡)와 천문학적인 건설비(5억유로)는 이곳을 찾는 방문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BMW벨트는 단순히 고객이 자동차를 넘겨받는 장소만이 아니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고객이 BMW 브랜드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라는 것.

실제 1층에 들어서면 현재 판매 중인 BMW의 주요 차량과 모터사이클이 고객들을 맞이한다.

중앙은 마치 '자동차 오락'처럼 BMW차량을 가상으로 운전할 수 있는 공간 등으로 꾸며졌다.

한 켠에는 음악회 등을 열 수 있는 공연장이 마련돼 있고,곳곳에 회의실과 연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배가 고프면 BMW벨트 내에 마련된 레스토랑을 찾으면 된다.

BMW벨트의 핵심은 '프리미어(premiere·첫 공개)'로 불리는 2층의 차량 인수센터. 고객들은 이 곳에서 차량용 승강기를 타고 올라오는 '내 차'를 지켜보며 '내 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게 된다.

열쇠를 넘겨받고 엑셀레이터를 밟으면 곧바로 BMW벨트를 빠져나가도록 설계됐다.

고객들은 차량을 인도 받기에 앞서 BMW벨트 바로 옆에 포진한 뮌헨공장을 견학하며 '내 차'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박물관을 둘러보며 BMW의 역사를 되새길 수도 있다.

BMW는 차량 인수 및 공장·박물 견학 등을 위해 고객들에게 450유로 정도를 받기로 했다.

스테판 크라우제 BMW그룹 세일즈·마케팅 총괄임원은 "BMW벨트는 꿈에 그리던 나만의 차를 건네받는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경험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며 "450유로는 최고의 경험을 위해 드는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집에서 차량을 인도받지 않고,직접 BMW벨트를 찾을까.

회사 측은 매일 170~250대씩 연간 4만5000대의 차량이 이곳을 통해 고객의 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로 유럽 및 미주 지역 고객들이 여행을 겸해 찾을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

BMW코리아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부터 한국 고객들도 BMW벨트에서 차량을 인수한 뒤 임시번호판을 달고 유럽 각지를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며 "렌터카처럼 여행을 한 뒤 차량은 선박을 통해 한국으로 돌려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뮌헨=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