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필드'의 주인공은 팔자 좋은 고양이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TV채널이나 돌리다 배고프면 맛있는 라자니아를 먹고 나른해지면 누워서 잔다.

이런 그에게 위기가 닥쳤으니 주인이 강아지 오디를 데려온 것.영 멍청해 보이는 오디.그러나 온갖 애교로 주인의 사랑을 훔쳐간다.

어떻게 하면 예전처럼 살까 궁리하며 오디를 괴롭히지만 오디는 끄떡없고 가필드만 점점 힘들어진다.

어느날 개장수에게 납치돼 사라진 오디.그토록 바라던 일인데 속이 시원해지기는커녕 마음은 허전해지고 죽을지도 모를 강아지가 자꾸 불쌍해지는 고양이.가필드는 결국 오디를 구하러 나선다.

영화에서 보듯 고양이와 개는 성질과 행동 모두 다르다.

사람에게 매달리고 늘 가까이 있으면서 손길과 체온을 느끼려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먹을 것만 풍부하고 제 몸만 편하면 주인의 눈길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따라서 개는 낮동안 혼자 놔두면 외로움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지만 고양이는 그럴 염려가 없다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세계적으론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더 많다.

국내에서도 점차 애완견보다 애완고양이를 택하는 비율이 늘어난다는 마당이다.

하지만 그만큼 버려지는 고양이도 증가한 걸까.

급증하는 길고양이를 줄이기 위해 정부에서 나랏돈으로 불임수술을 시키겠다고 나섰다.

길고양이는 무섭다.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며 밤길에 불쑥 나타나는가 하면 음식물쓰레기를 헤집어 놓기 일쑤다.

게다가 발정기에 내는 야릇한 소리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섬뜩하게 만든다.

불임수술로 개체 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보다 중요한 건 키우던 고양이를 버리지 않는 일일 것이다.

미국에선 대통령 예비후보로 승승장구하던 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백악관에서 키우던 고양이 삭스를 버렸다고 해서 궁지에 몰렸다고 한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혹은 그냥 쓸모없어져서 내버린 건지 알 수 없지만 '매몰찬 사람'이라는 비판을 면하긴 힘들지 모른다.

애완동물 입양(?)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