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이슬람 금융의 파워는 이제 시작입니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 은행인 파이잘 이슬람은행의 압둘 하미드 아부 무사 총재는 24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51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한·중동 경제포럼' 및 한국경제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한 이슬람 금융 가능성을 이렇게 평가했다.

아부 무사 총재는 "전세계 이슬람 금융 규모는 6000억달러에 달하고 매년 15%씩 성장하고 있다"며 "이슬람 금융은 향후 세계 금융시장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슬람 금융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토대로 운영된다"며 "중동지역 금융기관과의 교류확대를 위해선 거래에 의한 이윤추구가 아니라 생산활동과 연계해 은행이나 고객이 이익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슬람 금융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부 무사 총재는 한국 금융시장과 금융회사들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아시아권의 주요 프로젝트나 합작 벤처 등에 공동 투자하는 등 한국의 은행들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부 무사 총재는 "한국 은행과의 협력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한 협력상대가 이슬람교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이번 포럼 금융세션에서 만난 박해춘 우리은행장에게 협력관계 논의차 이집트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조만간 이슬람금융과 한국 은행들 간 협력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아부 무사 총재는 인천경제자유지역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인천경제자유지역을 둘러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인천경제자유지역 프로젝트를 면밀하게 조사 검토해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면 투자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부 무사 총재는 한국의 동북아 금융허브 계획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아직 (금융허브) 경쟁상대들에 비해 돋보이는 매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며 "투자 유치를 위해 인프라 등의 측면에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인천경제자유지역 프로젝트 등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며 "더 많은 홍보 노력도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아부 무사 총재는 인재양성 분야에서도 한국과 이집트 간 보다 깊은 협력관계가 이뤄질 것을 희망했다.

그는 "교육과 인력개발은 모든 산업의 기본"이라며 "인적개발 분야에서 한국은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중동 포럼에서 아부 무사 총재에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중동 최대 경제지 '알 아흐람 알 이크티사디'의 이삼 리파아트 사장 겸 편집인은 국영은행 민영화 등 이집트의 금융개혁을 소개하며,한국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중동지역에 진출해 오일달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경제고문이기도 한 리파아트 사장은 "이집트의 경우 올해 110억달러 이상의 해외직접투자(FDI)를 유치하는 등 고성장을 보이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한국 금융회사들이 이집트에 투자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은행들이 이집트에 진출해야 실질적인 양국 간 교역이 강화되고 양국 우호관계증진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주제발표자로 나선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을 비롯 한국 은행들이 국제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진출시기나 국가선정에 있어 중동국가들은 동남아시아 중국 베트남 등에 비해 뒤로 밀려있다"며 "성장잠재력이 큰 중동시장에 대해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밖에 지정 토론자로 참석한 최흥식 연세대 교수는 "막대한 이슬람지역 자본이 남북한 경제협력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최 교수는 "이를 위해선 이슬람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샤리아 율법에 맞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금융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성완/유병연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