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 해소에는 성장이 약이다.''정부가 나서면 일을 악화시킬 뿐이다.''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줄여라.'

거시경제와 금융 외환 예산 등을 아우르는 로버트 배로 교수의 폭넓은 안목과 63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열정적인 강연은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강연을 핵심 주제별로 나눠 소개한다.


◆성장이 빈부격차를 줄인다.

배로 교수는 최근 한국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빈부격차에 대해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데에는 성장이 약'이란 처방을 내렸다.

그는 "소득 불균형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빈국일수록 소득 불균형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고, 부국에선 이 효과가 적게 나타난다고 들려줬다.

배로 교수는 "1인당 GDP의 증가가 초기에는 불균형을 초래하지만 GDP가 충분히 높은 수준에서의 성장(GDP 증가)은 오히려 불균형을 줄여 준다"고 지적했다.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다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생산 구조가 바뀌고 기술 발전이 진행됨에 따라 초기 단계에선 소수 인구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지만 결국 새로운 생산방식과 아이디어가 경제 구석구석으로 확산돼 다수가 이익을 보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사실 불균형이 적은 국가"라며 "한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사회 복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빈부격차에 대한 문제 의식이 커진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달러가치 하락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

배로 교수는 최근 글로벌 경제 이슈로 떠오른 달러 가치 하락에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먼저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무역 불균형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 가치 하락은 상대국 통화의 가치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해당국가 상품의 수출 가격을 높여 결국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게 된다는 얘기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2006년 기준 7635억8800만달러에 달한다.

2002년 이래 5년 연속 최대치다.

구매력 관점에서 보면 미국 달러 가치가 과도하게 떨어진 상태라는 견해다.

배로 교수는 "달러 약세는 미국 국민들의 과도한 소비 성향과 아시아 국가들의 과도한 저축 성향에서 발생한 불균형 문제"라며 "이미 충분한 조정이 진행된 만큼 달러가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직접 해결하도록 놔두는 게 최선이다.

배로 교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등 '불균형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예컨대 미국 정부가 무역적자 문제를 풀기 위해 인위적으로 수입을 통제하는 정책을 구사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진단이다.

그는 "미국 정부가 자칫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보호주의 성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며 "보호주의론이 득세를 할 경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의회 비준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대부분 경제 문제에 관한 한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고 할 때 비효율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미국 정부가 수입을 막고 수출을 늘리는 보호주의 정책을 취할 경우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시장이 직접 해결하도록 놔두는 게 최선"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배로 교수는 또 논란이 일고 있는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1조3326억달러)과 인도(2288억달러) 한국(2572억9000만달러) 등의 외환보유액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더 이상 수익이 낮은 외환보유액을 쌓는 대신 투자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