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은 지 오래다.

전체 인구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한국경제 곳곳에서 산업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에선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을 돌릴 수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우리 사회의 일원이자 경제발전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일이 최근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부각된 이유다.

인재포럼에서는 이주 근로자 문제에 관한 세계적 전문가들이 이런 이슈를 놓고 수백명의 청중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세계화에 따른 외국 인력 수입과 한국형 이민정책'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다.

외국인 근로자 문제와 관련,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오픈 마인드(open min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티븐 카슬 옥스퍼드대 교수는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에 대해 개방적이지 못한 국가는 경쟁에서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이 전통적인 '단일민족' 이데올로기만 고집해서는 유능한 해외 인재를 끌어들일 수 없고,이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들었다.

20세기 중반 이후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극심했던 영국이 최근 금융 디자인 등 서비스 산업을 앞세워 경제를 눈에 띄게 활성화시킨 것도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포용해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전환시킨 덕분이라고 카슬 교수는 소개했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과거 '아파르트 헤이트(인종분리정책)'로 국가 이미지는 물론 국가발전에도 적지 않은 손실을 자초했다고 덧붙였다.

카슬 교수는 "자본과 노동의 이동이 자유로운 글로벌 경제에 뛰어든 이상 한국도 다민족사회로 나가겠다는 선택을 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상당수 한국 기업들이 이미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고 한 해 결혼하는 부부의 15%가량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며 "한국은 지금 외국인에 대해 폐쇄적인 다민족사회로 가느냐,포용적인 다민족사회로 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카슬 교수는 한국이 포용적 다민족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강제 추방 배제 △내.외국인에 대한 차별대우 금지 △외국인 근로자의 한국 시민권 취득 확대 △한국인들의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국가 정체성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카슬 교수는 "미국의 경우 수많은 인종과 민족이 뒤엉켜 살지만 미국인들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국가 정체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필립 마틴 미국 UC데이비스(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미국 근로자 7명 중 1명이 이주근로자"라며 "포용적 다문화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미국 역시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1930년대 미국의 한 대통령은 사적인 편지에서 '이탈리아인은 모두 마피아'라는 과격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고 캘리포니아주는 100여년 전 중국인의 이민을 노골적으로 막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마틴 교수는 "다양한 구성원을 하나의 사회구성원으로 통합시키는 데는 왕도가 없다"며 "한국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한국에 맞는 사회통합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놀로 아벨라 태국 이민노동부 기술고문팀장은 "정치인이나 국가 지도자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들이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조장해선 안된다"며 "이들을 2등시민으로 낙인찍으면 그들 사이에 자기방어 논리가 작동해 극단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션 좌장을 맡은 황윤원 중앙대 부총장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강조했다.

"우리도 1960년대에는 미국이나 독일에 많은 간호사들을 파견했고 그들은 현지에서 오랫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동남아 근로자들을 끌어안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화서 명지대 교수는 "최근 국내 교과서에서 '단일민족'이란 표현이 많이 사라지고 다문화를 존중하는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들어온 결혼이민자 등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는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주용석/김유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