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작아 투자비 부담

검색할 공간도 태부족

미국 정부가 수입 컨테이너 화물에 대해 100% 사전 검색을 의무화함에 따라 유럽 항구들에 비상이 걸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8월 미국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를 수출국 항만에서 미리 하나하나 점검하도록 반(反)테러법을 강화했다.

이 법은 2012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유럽 항구들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우선 대부분 규모가 작다.

그래서 큰 돈이 드는 검색장비를 들여올 여력이 없다.

컨테이너를 투시해 불법 무기류를 솎아내는 데 사용되는 대형 X레이 가격은 대당 500만달러 정도.유럽연합(EU)은 수출 물량을 제대로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항구마다 20대가량의 X레이 장비를 설치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꺼번에 1억달러가 들어가는 큰 투자다.

프랑스 북부 된케르크,이탈리아 나폴리,벨기에 앤트워프,스페인 세비야 등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항구다.

두 번째 문제는 X레이 장비를 살 돈을 마련하더라도 검색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X레이 장비가 있는 곳까지 컨테이너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로도 필요하다.

공사를 한다고 해도 미국의 강화된 법이 발효되는 2012년까지 완공하기도 어렵다.

된케르크항의 하역 책임자인 필리페 레벨은 "소규모 항만들은 앞으로 미국 수출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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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레이 설치 공간 충분

장비구입 자본도 넉넉

미국의 컨테이너 검색 강화 조치로 아시아 주요 항구들은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유럽 항구들에 비해 규모가 크다는 게 두드러진 장점이다.

주요 항구별로 작년 한 해 동안의 물동량(20피트 컨테이너 기준)을 비교하면 1위부터 6위까지가 모두 아시아 지역에 포진해 있다.

싱가포르가 2480만개로 1위에 올랐고 홍콩(2350만개) 상하이(2170만개) 선전(1850만개) 부산(1200만개) 등이 뒤를 이었다.

규모가 큰 만큼 X레이를 설치할 만한 공간과 도로가 충분하다.

끌어들일 수 있는 자본도 대규모여서 검색장비를 보충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

최근에 지어졌기 때문에 시설도 현대적이다.

따라서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속도가 빠르다.

현재 미국에 물건을 수출하는 항구는 전 세계적으로 약 700개.미국은 장기적으로 이를 100개로 줄일 계획이다.

항구가 적어야 테러무기 반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행 수출 항구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유럽은 지고 아시아는 부상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X레이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도 입이 귀에 걸렸다.

컨테이너 검색용 X레이 스캐너를 생산하는 중국 업체인 누크테크의 판매담당 매니저 미셸 레퀴는 "한 해 5~6대 정도 팔리던 대형 X레이 스캐너가 올해는 20대 이상 판매됐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