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 무렵 경북 영덕의 고향 마을에 있던 덕흥사에 놀러갔다가 같은 또래의 스님으로부터 '삼일수심천재보 백년탐물일조진'(三日修心千載寶 百年貪物一朝塵.사흘 닦은 마음은 1000년의 보배요,한평생 탐하여 모은 재산은 하루 아침에 먼지가 된다)이라는 구절을 들었어요.

어린 마음에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던지 '내가 갈 길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고 출가를 결심했지요."

불교계의 대표적인 학승으로 손꼽히는 무비 스님(범어사 승가대학장)이 밝힌 자신의 출가 동기다.

명구(名句) 한 구절의 힘이 그만큼 세다.

무비 스님이 경전과 선어록 등에서 불교의 핵심을 담은 명구를 가려뽑고 해설한 책 '소를 때려야 하는가 수레를 때려야 하는가'(불광출판부)를 낸 것도 이런 까닭이다.

짤막한 명구 하나가 삶을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눈뜨게 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시리즈의 완결편(4권)인 이 책은 제목부터 명구다.

'예컨대 소가 수레를 끄는데 만약 수레가 가지 않는다면 수레를 때려야 하는가 소를 때려야 하는가'(如牛駕車 車若不行 打車卽是 打牛卽是)라는 남악회양(677~744년)의 어록에서 따왔다.

좌선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어디에도 머무름이 없는 이치를 보라는 뜻이다.

'하루 동안 맑고 한가하게 지내면 하루 동안 신선이며,한 가지 행이 부처님다운 그 한 행은 부처님이다'(一日淸閑一日仙 一行如佛一行佛)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오직 가려내고 선택함을 싫어할 뿐이다'(至道無難 唯嫌揀擇) 등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가르침을 담은 명구들이 책에 담겨있다.

'진흙소가 물 위를 걸어간다''소를 타고 소를 찾는구나''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등 앞서 나온 '명구 100선'들을 포함한 세트(전4권)도 나왔다.

각권 9000원,세트 3만5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