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금융회사들이 30년짜리 등 장기 고정금리 주택대출 상품을 내놓은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우선 주택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으로 인해 향후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 고객들이 이용을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초 내놓은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지난 24일 기준 103억원어치가 팔렸으며 현재 20억원어치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대출을 받아간 사람은 90여명으로 평균 1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달부터 '금리확정 모기지론'을 취급하기 시작한 신한은행 역시 24일 현재 726명,776억원어치에 대한 대출이 이뤄졌다.

평균 대출은 삼성생명과 비슷한 1억원 남짓이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으로 부동산 대출 시장이 시들해졌는데도 장기 대출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상담 과정에서 변동금리 대출로 돌아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삼성생명의 30년짜리 고정금리 대출 상품의 경우 3년짜리 국고채에 연동돼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기존 상품에 비해 금리가 높아 고객들이 선뜻 선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0월초만해도 장기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판매가 주춤해졌다"며 "장기적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변동금리 대출 상품의 금리 상승세가 멈춘 데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향후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묻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실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는 연 5.34%로 한 달가량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또 미국 통화 당국이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에 비춰볼 때 변동금리로 대출받는 것이 장기 고정금리 대출보다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도 소득이 일정한 사람이라면 장기 고정금리를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고 권하고 있다.

우선 경제 상황이 바뀌어 금리가 오르면 장기 고정금리 상품의 이자가 변동금리 상품의 이자보다 낮게 된다.

또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새로 대출을 받아 기존의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상환(refinancing)할 수 있는 만큼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risk)을 대출자 자신이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다.

한 은행 PB팀장은 "은행이 주택대출의 94% 안팎을 변동금리 상품으로 채우는 이유는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겨 수익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이 꺼리는 것을 선택하는 게 득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