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 성과가 문과와 이과 간 학문체계를 넘나드는 학제 간 연구와 소통의 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국내 경제학자가 생물 진화학 연구로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논문을 실어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과학자들도 논문을 게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이 저널에 경제학자가 논문을 발표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최정규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40)는 자신이 속한 집단 구성원에게는 이타적이지만 외부인에게는 적대적 모습을 띠는 속성이 결합해 진화한다는 사실을 게임이론을 통해 입증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제학에서 다루는 게임기법을 생물학적 진화론에 적용한 셈이다.

이 연구 성과는 26일자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인간의 행동 속성에는 이타성(자신에게는 손해이지만 타인,특히 자신이 속한 집단에 이익을 주는 태도)과 자기집단중심주의(타민족 타종교 타인종 등 자신이 속한 집단의 외부에 보이는 적대적 태도)가 있습니다.

이 두 상반되는 속성을 진화적 관점에서 오랫동안 연구해오고 있지만 명백하게 '진화'를 입증하지 못해왔습니다."

최 교수는 두 가지 성격을 결합한 자기집단중심적 이타성(parochial altruism)에 주목했다.

자기집단중심적 이타성이란 자신이 속한 집단 성원에게는 이타적이지만 외부인에게는 적대적인 모습을 띠는 속성을 의미한다.

"초기 인류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부족 간 전쟁들을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자기집단중심적 이타성이 강한 부족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확률이 높았으며 그 결과 이 부족이 더 빨리 진화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최 교수는 "조세 등을 통해 자신의 소득을 공공영역에 지출,공공의 혜택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데에는 기꺼이 동의하면서도,극심한 빈곤상태에 처해 있는 다른 나라의 국민들에게 소득을 지출하는 것을 꺼리는 게 자기집단중심적 이타성의 예"라고 밝혔다.

또 민족주의나 종교적 갈등,전쟁 등이 현재 우리 시대에서 나타나는 자기집단중심적 이타성의 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1990년 8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03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경제학(미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2005년 2월부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학제 간 연구의 산실로 주목받는 미국 산타페연구소에서 2003년 9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면서 학제 간 연구를 했다.

최 교수는 이번 사이언스 논문 게재로 경북대에서 질높은 우수연구논문 저술을 독려하기 위해 사이언스와 네이처지 게재 논문에 대해 지급하는 학술장려금의 첫 수혜자가 됐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