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렸던 3세대 이동통신(IMT-2000) 전국 서비스를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KTF와 SK텔레콤은 각기 '쇼(SHOW)'와 'T'란 이름으로 총 3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3세대 바람'은 기대만큼 거세지 않다.

대표 서비스로 여겨졌던 영상전화는 좀체 뜨지 않고 있다.

주위에서 상대방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해외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글로벌 로밍이 편해졌다"는 말을 듣는 게 다행일 정도다.

영상전화,글로벌 로밍,인터넷 접속,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 서비스 등 3세대 이동통신 4대 서비스의 중간성적을 점검한다.
3세대 이동통신 전국서비스 8개월 … 글로벌 로밍 '맑음' 영상전화는 '흐림'
◆글로벌 로밍

글로벌 로밍은 성과도 좋고 전망도 밝다.

3세대 서비스가 시작돼 국내에서 사용하는 휴대폰을 해외에 들고 나가 그대로 쓸 수 있게 되면서 글로벌 로밍 이용자가 부쩍 늘었다.

KTF 글로벌 로밍 이용자는 올 2월 1만5000여명에서 8월엔 4만여명으로 증가했다.

2세대 때부터 자동 로밍으로 재미를 봤던 SK텔레콤의 경우 글로벌 로밍 이용자가 월 20만~25만명이나 된다.

해외 여행객이 국내에 들어와 SK텔레콤이나 KTF 3세대 네트워크를 이용해 통화하는 이른바 '인바운드 로밍'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영상전화

영상전화의 앞날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하루에 발생하는 이동전화 전체 통화량 3억~4억건 중 영상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0.00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마저도 무료 이벤트가 진행될 때의 성적이다.

평상시에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통화량이 들쭉날쭉하다.

다행이라면 이용자가 줄지 않고 늘고 있다는 점이다.

KTF는 지난달 한 번이라도 영상전화를 이용한 가입자가 52만명에 달했고 매월 20~30% 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에서는 9월 중 30만~40만명이 영상전화를 한 번 이상 이용했다.

8월의 2배에 가까운 인원이다.

KTF 관계자는 "아직 영상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 보급률이 7%에 불과하다"며 "두 사람 모두 영상전화기를 보유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접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는 최근 성장세가 둔화됐다.

인터넷 접속이란 노트북PC나 울트라모바일PC(UMPC)에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모뎀을 꽂아 인터넷을 이용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전국 서비스 초기에는 월 1만명 이상 가입자가 늘었지만 최근에는 월 5000명 수준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누적가입자는 SK텔레콤 'T로그인'이 8만4000여명,KTF '아이플러그'가 3만8000명이다.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지 않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어 편하지만 요금이 월 3만원 안팎으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유선 인터넷이 널리 보급돼 있어 전문직 종사자 이외에는 급하지 않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이 서비스는 3세대 통신망에 상당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도 서둘러 보급할 이유가 없다.

◆USIM 서비스

USIM 카드를 이용한 생활편의 서비스는 가장 기대에 못 미치는 분야다.

USIM 카드 하나로 교통카드,신용카드,증권,뱅킹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제휴사가 부족해 서비스 존재조차 알리지 못하고 있다.

USIM 기반 교통카드 사용자는 KTF가 1만여명,SK텔레콤이 2000여명에 불과하다.

신용카드,증권,뱅킹은 더 암울하다.

서비스 참여사는 신한카드,동양증권,SK증권 등 소수에 불과하다.

모바일 뱅킹은 은행과의 마찰로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USIM 서비스는 제휴사들과 함께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고 이통사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진척이 느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