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년 전만 해도 그는 하버드대학의 괴짜 심리학과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나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미국 정보기술(IT)계의 거물이 됐다.

바로 '미국판 싸이월드'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주커버그를 두고 하는 말이다.

MS가 구글을 제치고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스물 세 살짜리 CEO가 인터넷 업계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MS는 2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의 주식 1.6%를 2억4000만달러(약 2200억원)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페이스북의 지분 20%를 소유하고 있는 주커버그는 이론 상으로 3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소유한 엄청난 거부가 된 것이다.

주커버그는 대학 시절 유명한 괴짜였다.

그는 하버드대 컴퓨터 자료를 해킹해 학생들의 사진을 끌어다가 자신이 만든 사이트에 올려 놓은 사건으로 학교 당국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컴퓨터 천재였던 주커버그는 결국 2004년 2월 자신의 몇몇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개발하게 된다.

친구 찾기와 온라인 인맥 쌓기라는 두 가지 장점으로 페이스북은 설립 2개월여 만에 보스턴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 내 거의 모든 대학 학생들에게 확산되기 시작한다.

주커버그는 사이트 규모가 커지자 곧바로 대학을 중퇴하고 팰로알토에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선다.

현재 페이스북 회원은 4900만명으로 늘어났다.지난해 미국 내 검색 사이트 순위 60위에서 7위까지 치솟은 상태다.

사이트를 개발한 지 3년 만에 회사 가치도 150억달러(약 13조7000억원)까지 올랐다.

물론 이같이 놀라운 성과에는 주커버그의 역할이 컸다.

이번 인수 건도 MS뿐만 아니라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과 야후가 뛰어들었지만 주커버그는 독립적 경영을 보장받는다는 조건으로 MS를 선택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으로 페이스북의 수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주커버그의 재산도 급속도로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주커버그는 이 같은 자신의 성공에 대해 "나는 빌 게이츠 MS 회장에게 빚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수업을 자꾸 빼먹으면서도 작업에 열중할 수 있었던 건 역시 하버드대 중퇴생인 게이츠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주커버그는 실제 2004년 컴퓨터 과학 시간에 연사로 온 게이츠 회장이 수업 이외의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수업에 빠져도 된다고 강연하자 이에 자극받고 학교에 입학한 지 2년여 만에 중퇴를 결정하게 된다.

이제 그는 '제2의 빌 게이츠'의 길을 걷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