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테크 시장의 화두는 뭐니뭐니 해도 중국 펀드다.

연초 한때 수익률이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던 중국 펀드는 올해 중반 이후부터 욱일승천의 기세로 상승하더니 급기야 웬만한 펀드라하더라도 연 50∼100%의 수익률은 우습게 올리고 있다.

때문에 시중자금들도 중국 펀드 쪽으로 물밀듯이 흘러들어가는 추세다.

중국 펀드는 최근 수년간(어쩌면 해방 이후 지난 수십년간) 부동산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강남 아줌마들을 금융투자의 세계로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올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펀드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던 '큰손' 고객들이 중국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PB센터에 본격적으로 투자자금을 들고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9월부터라고 생각된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분산투자 차원에서 보유 중인 금융자산 가운데 10∼20% 정도만 할당했던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여름을 지나면서 치솟자 투자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거액을 굴리는 강남 아줌마들의 경우 공격적인 방식보다 지키는 스타일의 보수적인 투자 패턴을 선호하는 편인데,중국 펀드에 대해서는 이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한꺼번에 수억원은 기본이고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몰빵'하는 고객들의 무용담(?)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필자와 거래하는 고객 중에는 10억원 이상의 '뭉칫돈'을 투자한 사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2억∼5억원 정도를 중국 펀드에 넣어두고 있다.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한 사업가의 경우는 올 여름 상하이 출장을 갔다가 현지에서 계좌를 개설해 직접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수익률이 원금 대비 300%를 웃돌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동료 프라이빗 뱅커(PB)들이 거래하는 고객 중에는 지난해 말 토지보상금으로 받은 100억원을 몽땅 중국 펀드에 넣는다든가,수억원대의 펀드를 담보로 펀드 담보대출을 받아 다시 중국 펀드에 투자하는 식의 다소 무모한(?) 투자 행태를 보이는 고객도 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대세 상승장에는 언제 '찬바람'이 들지 짐작하기 어려운 시장도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냉각기에 접어들게 마련이다.

지금 한창 잘 나가는 중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10월 들어 중국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이 보유하던 중국 최대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 주식 전량을 매각하자 주식투자자들 사이에 "버핏이 중국 시장을 불안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길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렇다면 돈 버는 데 귀신이라는 소리를 듣는 강남 아줌마들은 중국 펀드의 향후 수익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계속 고(Go)'다.

"중국 시장이 불안하니 투자금을 회수해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고객은 10명 가운데 1명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중국 펀드의 1차 환매 시점으로 알려져 있는 내년 베이징올림픽 이후에도 중국 시장이 계속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유지할 것이라는 고객들이 꽤 있다.

강남 아줌마들이 중국 펀드의 수익률이 앞으로 상당기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데는 물론 자기들 나름대로의 시장분석이 뒷받침돼 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말로 할 때는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풀어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중국 사람들이 얼마나 도박을 좋아합니까.

마약보다도 무서운 게 도박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이제 막 도박 비슷한 주식의 맛을 알기 시작했는데,쉽게 끊을 수 있겠어요.

" 한때 50억원까지 금융자산을 굴렸던 대치동 강남 아줌마의 대표 격인 A씨가 던진 중국인들의 도박과 주식 이론이 그것이다.

개인사업을 하면서 역시 수십억원대의 금융자산을 굴리는 B씨는 '관성론'을 제기한다.

"한 번 달궈진 기관차가 멈춰서기가 쉽지 않듯이 한 번 달아오른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식을 때까지는 앞으로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근에 막을 내린 중국 전국 인민대표대회에서 균형 성장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기업 육성이라든가,경제성장에 대한 의지를 포기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어요.

중국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겁니다.

" 얼마 전 열린 전대의 분위기를 그 근거로 제시하는 이론가도 있다.

물론 PB 입장에서 최근 시중자금의 '쏠림' 현상이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했듯이 투자자에게 별로 추천할 만한 투자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10월 중순이 넘어선 시점부터는 해외 펀드에 신규 가입하려는 고객에게 중국 펀드보다 분산을 통해 위험을 조금이나마 회피할 수 있는 브릭스 펀드를 좀 더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이 반드시 같을 수만은 없으며,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상이 반드시 옳다고만도 볼 수 없다.

강남 아줌마들이 중국 시장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무조건 반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철민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PB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