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하다고 들었습니다.

이곳은 한국과는 정반대로 벚꽃이 만개하는 봄입니다."

선물 전업투자자 이형곤씨(49)의 이메일 인터뷰 첫 부분이다.

그는 뉴질랜드에 산다.

해외에서 국내 코스피200 주가지수 선물을 사고 판다.

이번 인터뷰는 전화와 이메일로 이뤄졌다.

'본고사'라는 필명으로 선물 인터넷 사이트 포넷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늦깎이 전업투자자다.

2005년 47세의 나이에 안정적인 공기업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투자의 길로 들어섰다.

'목포 세발낙지' '압구정 미꾸라지' 등 선물업계에 내로라하는 큰손들도 손을 털고 떠난 요즘 그는 업계에 떠오르는 별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맨 처음 선물.옵션 시장에 입문한 것은 시장 변동성 축소로 먹을 기회가 줄어들어 한두 사람씩 떠나기 시작한 2003년이었다.

선물 투자를 하기 전에는 주식을 하다 투자한 기업이 감자를 하고 주가까지 곤두박질치며 원금의 90%를 날렸다.

처음에 그는 선물이 주식과 달리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데 혹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2년 정도의 철저한 준비와 검증 기간을 거쳤다.

선천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봤다.

그는 △투기적인 성향이 있는지 △1승9패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과감성은 있는지 △사정권 안에 들어올 때까지 숨죽이고 기다릴 줄 아는 하이에나 기질은 있는지 △아니다 싶으면 즉시 뒤엎을 수 있는 유연성은 있는지 △원칙을 철칙으로 지킬 수 있는 실천력은 있는지 등을 하나하나 꼼꼼히 자신에게 물었다.

'예스'라는 답을 얻고 나선 맹훈련에 돌입했다.

선물.옵션에 관한 책을 모두 구입해 읽고 각종 무료 강의에다 유료 강의도 마다하지 않았다.

선배 고수의 한 마디 말도 귀담아 듣고 과거 상황에 적용시켜 본 후 '이거다' 싶으면 자신의 매매기법으로 소화해냈다.

입문 5년째인 그는 포넷 사이트상 실전매매에서 올초 5000만원의 자금을 10개월가량 지난 현재 3억5000만원으로 불렸다.

수익률은 600%나 된다.

그는 "원금은 빼고 수익금으로 하다 보니 보다 공격적인 매매가 가능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철저히 보수적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2003년 10월 2500만원으로 출발한 그의 계좌는 100억원 이상으로 불었다.

수익률도 한 달에 20~30%로 낮춰 잡고 있다.

그러면서 꾸준히 일정한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그의 주간 수익률은 신기하리만큼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평균 3주 중 2주는 수익을 냈다.

선물 매매에서 그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다.

이씨는 장 시작 후 첫 번째 가격인 '시가'를 중히 여긴다.

그는 "시가는 매수와 매도 세력의 절충점"이라며 "시가의 강약 정도는 당일 시장 흐름에 직접 영향을 미칠 만큼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시가의 지지와 붕괴를 매매의 중요한 신호로 삼고 있다.

또 장중 선물과 옵션 미결제 잔고의 증감,나스닥 선물 등락 등을 종합해 투자 방향을 결정한다.

이런 원칙 아래 이씨는 장 개시 시간대에는 시가의 강약과 미국 시장 변동에 따른 갭 등락을 이용해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나서 장중에는 시가 위에서는 선물 매수(롱) 포지션,시가 아래서는 매도(숏) 포지션으로 진입과 청산을 반복한다.

추세를 거스리지 않는다는 그의 철칙 때문이다.

장 마감 때는 외국인의 선물 매수량과 선물과 옵션 미결제 잔고 증감,나스닥 선물 장중 반영 정도를 꼼꼼히 체크해 청산하고 갈지,보유하고 갈지를 정한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꼭지와 바닥을 찾으려 하지 말고 등락이나 등락폭을 예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처럼 절대로 시장과 싸우지 말고 '시세는 내 친구'라는 생각으로 매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 승부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매매기법을 정립해 기계적인 매매로 시장을 대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씨에게도 다른 고수들처럼 수십권의 매매일지가 있다.

그는 "개장 전에 매매계획서를 작성해 그 계획에 따라 매매하고 장 마감 후에는 주요 체크 포인트와 매매 내역 등 매매일지를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습관이야말로 시장을 보는 눈과 매매 기술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지금도 외국인과 기관의 현.선물 매매 동향과 투신권 펀드 동향 등을 직접 적으면서 수급 상황을 분석한다.

또 매일 한두 시간은 미국 나스닥 선물 거래 현황을 지켜보고 이를 매매계획서에 반영한다.

그는 요즘 선물.옵션을 전문으로 하는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씨는 "자산운용사를 설립한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과분한 행복을 고객들에게도 몇 십배로 돌려줄 수 있는 또다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