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21일 충무아트홀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뮤지컬 새싹 품종 경연대회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 리딩(Readingㆍ대본 낭송) 경연'이 열린 것이다.

CJ문화재단이 주최한 이 행사의 정식 명칭은 'CJ 뮤지컬 쇼케이스'. 향후 정식 무대에 올려지기를 희망하고 있는 6편의 예비 뮤지컬 대본과 음악을 배우들의 낭송과 콘서트 형식으로 미리 선보이는 자리였다. 물론 정식 공연이 아니다 보니 특별한 무대 동선도 무대 세트도 없었고 배우들은 보면대에 악보를 놓고 스탠딩 마이크에 일렬로 서서 노래와 연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밋밋한 무대에 공연시간도 관객들이 오기 어려운 오전 11시~오후 4시로 잡혔다. 배우들이 저녁 시간에 공연을 해야 하는 스케줄 때문었다. 주최 측은 당연히 그 이른 시간에 공연을 보러 올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창작 뮤지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관객들은 250석 규모의 블루 소극장을 가득 채웠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일부 공연은 사전 예약자가 폭주하고 현장에도 관객이 몰려 공연이 지연되는 일까지 있었다. 월차를 내고 공연을 관람하러 온 일반 관객들,현직 배우와 배우 지망생들,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보려는 제작사 관계자들까지 몰려와 극장이 북적거렸다.

이 행사를 통해 우수작으로 '나르시시아' '삼거리 극장' 두 작품이 뽑혔고,현장 관객들의 평점에 의한 인기상 수상작으로는 '라비다'가 선정됐다. 이들 작품에는 향후 정식 공연 가능성을 타진하는 제작사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행사의 더 큰 의의는 아침부터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낯선 형식의 '리딩 공연'도 재미있어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창작 뮤지컬의 핵심인 텍스트(대본)와 음악 위주로 진행된 이번 경연을 지켜보며 어떤 작품이 싹수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고 텅 빈 무대 안에 자신의 상상력을 대입하는 적극적인 관람 '마인드'가 생기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출연한 배우들은 양준모,홍광호,강필석,박준면 등 현재 우리나라 뮤지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기성 배우들부터 무대 경험이 거의 없는 현직 회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또한 대본 작가,작곡가들과의 친분 여하에 따라 거의 무료로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이 창작의 고통에 동참한다는 대의에 공감한 것 역시 이 행사의 또 다른 의의라 할 수 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는 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몇 년간 리딩이나 워크숍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작품을 개발하고 다듬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많은 창작 뮤지컬들이 새로 선을 보였고 대부분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창작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들 인식하지만 그것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뮤지컬 리딩 경연'처럼 기초체력을 키우는 특별한 공연이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ㆍ설앤컴퍼니 제작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