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요,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77)의 투자원칙이다.

그가 소유한 투자회사 벅셔 해서웨이 주식은 1주에 12만700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이다.

이처럼 버핏의 투자회사가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던 비결은 손실을 피하는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25일 대구를 방문해 한국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치켜세웠다.

국내 주식에 대해서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며 투자 대상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중국 방문에서 비싼 주식은 사지 않는다며 등을 돌린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한국 증시는 선진국이나 이머징마켓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며 "투자 귀재 버핏의 말이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은 판단 어려워"

버핏은 이날 최근 거품 논란이 제기된 중국 증시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주식시장에 거품이 낀 이후에 조정을 받은 적이 있는데 중국 시장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10%대 경제 성장 덕분에 거침 없는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는 중국 증시가 오버슈팅(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사람이 몰리고 주가가 급등하면 시장은 결국 조정을 거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한에 앞서 중국 다롄을 방문한 자리에서 버핏은 중국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버핏은 "급등하고 있는 주식은 절대로 사지 않는다"며 "주가가 급등할 때 투자자들은 신중해져야 한다"고 에둘러 표현했었다.

지난주 버핏은 보유하고 있던 페트로차이나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고 밝혔다.


◆"치기 좋은 공을 골라야"

버핏은 항상 기업의 내재가치(펀더멘털)에 주목하며 기업의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하락할 때까지 기다리고 일단 매수한 주식은 장기 보유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좋은 타자가 되려면 치기 좋은 공을 골라야 한다"는 그의 말은 기다림과 선택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버핏은 이날도 투자 비결을 묻는 질문에 "주식을 살 때 '비즈니스'에 투자한다는 생각을 갖고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코카콜라 투자 사례도 들었다.

그는 "매년 많은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마시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마실 것"이라며 "이것이 나의 투자 원칙"이라고 말했다.

1988년 지분 8%를 인수할 당시 10억달러였던 코카콜라 지분가치는 현재 120억달러로 높아진 상태다.

버핏은 또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강조했다.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사업이라도 잘 알지 못하면 거들떠보지 않았다.

또 독점적 지위에 있는 주식을 과감하게 집중 투자하는 것도 그만의 원칙이다.


◆"한국 증시전망 여전히 밝아"

버핏은 국내 증시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표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내 증시의 고평가 논란에도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 버핏과 그의 투자회사인 벅셔 해서웨이는 20개 한국 기업에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버핏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시장과 비교해도 한국시장은 완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버블의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4년 전의 한국증시가 상당히 저평가돼 개인적으로도 한국 주식을 상당수 보유했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그는 "지금은 정부가 금융의 성장을 잘 이끌고 있고 개별기업들의 재무구조와 수익력도 매우 좋아졌다"며 "더 나아가 한국 경제는 근면한 5000만명의 국민과 함께 향후 10년간은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