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보험' 덥석 가입했다간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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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호스트와 연예인,그리고 보험 전문가. 이 세 사람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뭉쳤다.
홈쇼핑을 통해 보험을 왕창 판매하기 위해서다. 인기 연예인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면 곧바로 쇼호스
트와 보험 전문가는 화려한 언변과 쏠쏠한 재테크 조언을 곁들여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이런 식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월 10만명을 넘어섰고 보험사들이 홈쇼핑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매년 40%씩 증가하고 있다. 덕분에 홈쇼핑 보험 판매 방식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기에 이르렀고 '홈슈랑
스'(Home+Insurance)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그렇다면 홈쇼핑 보험이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싸다? 모두 보장한다? 100% 돌려준다?
홈쇼핑 보험이 고공 행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험료가 싸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보험에 비해 모집 비용이 덜 들어가는 게 사실이지만 홈쇼핑 보험이 저렴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본래 저가인 보험만 취급해서다.
구체적으로는 어린이보험,실버보험,의료비보험,암보험이 단골 메뉴다.
상대적으로 보험료 부담이 큰 변액보험이나 종신보험,연금보험은 잘 다루지 않는다.
싼 보험을 팔기 때문에 담배를 줄이고 택시 한 번 덜 타면 한 달 보험료를 마련할 수 있다고 호소한다.
실제 어린이보험의 월 보험료는 9000원대다.
그리고 "고객님이 낸 병원비 모두를 보장해줍니다"나 "부모님 80세까지 사소한 잔병치레부터 중대수술까지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등의 말로 유혹한다.
암보험을 팔 때는 실제 암에 걸린 경험이 있는 연예인의 입을 빌려 "괜찮은 보험"이라고 광고하고 방송 후반부에 가서는 "만기 때 100% 환급해준다"는 말을 꼭 곁들인다.
◆자막의 작은 글씨를 주목하라
홈쇼핑 보험의 약점을 간파하려면 방송 중 스쳐 지나가는 자막의 작은 글씨를 주목해야 한다.
건강보험 상품은 흔히 '만기시 보험료 전액 환급'이라는 글씨를 크게 내보낸다.
하지만 그 옆에 작은 글씨로 '(만기 생존시)'라는 조건이 붙는다.
만기 전에 사망하면 그동안 낸 보험료는 일절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수술비,입원비 보장'이라는 큰 글씨 옆에 작은 글씨로 '1회에 한해서'라는 말이 따라온다.
일부 암보험 방송에서는 "7년만 보험료를 내면 보험금 3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65세 만기,고액암 기준'이라는 단서조항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쇼 호스트보다 게스트 말에 귀를 기울여라
쇼호스트는 고객의 눈과 귀를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멘트를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바로 잡아주는 이가 게스트로 출연한 보험사 직원이다.
"저희도 이 보험을 처음 접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거나 "어떤 병명이든 상해든 상관하지 않고 보장한다는 거죠?" 등의 내용은 쇼호스트가 말할 몫이고 옆에 있는 보험사 직원은 "약관에서 보상하지 않은 질환은 보장하지 않습니다"며 부랴부랴 수습하기 일쑤다.
또 방송 중 절대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게 '최고'와 '최대'라는 단어다.
예를 들어 쇼호스트가 "간병비를 최대 6억원 보장하는 실버보험"이라고 하지만 발생 가능성이 낮은 대중교통 사고로 50% 이상 후유 장애가 있을 때 한해서다.
만기에 100% 환급해준다는 보험도 대부분 특약 보험료를 제외한 주계약 보험료에서 영업비용을 뺀 보험료만 돌려준다.
설사 낸 보험료를 다 돌려주는 보험도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는 큰 손해다.
예를 들어 25세 남자가 20년간 매달 5만5100원을 내는 만기 환급형 건강보험에 들면 이자없이 원금 1322만원은 다 돌려받는다.
하지만 보험료 납입이 끝나는 45세부터 만기 시점인 80세까지 35년간의 인플레율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괜찮은 보험이다 싶어 전화상담을 할 때는 광고한 보장 내용이 주계약에 해당하는지,특약 보장인지를 살펴야 한다.
이때 병명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15일 내 조건없이 계약 철회 가능
방송 당일에 전화상담을 하면 보통 다음 날 보험사 상담원이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홈쇼핑 보험은 전화 녹취가 자필 서명을 대신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상담원이 하는 말 하나하나를 잘 듣고 방송 내용과 실제 보장 내용이 같은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
보험에 든 뒤라도 아니다 싶으면 가입 후 15일 이내에 조건없이 '계약 철회'를 할 수 있다.
상담원이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았거나 보험사로부터 약관을 받지 못했으면 가입 3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홈쇼핑을 통해 보험을 왕창 판매하기 위해서다. 인기 연예인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면 곧바로 쇼호스
트와 보험 전문가는 화려한 언변과 쏠쏠한 재테크 조언을 곁들여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이런 식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월 10만명을 넘어섰고 보험사들이 홈쇼핑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매년 40%씩 증가하고 있다. 덕분에 홈쇼핑 보험 판매 방식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기에 이르렀고 '홈슈랑
스'(Home+Insurance)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그렇다면 홈쇼핑 보험이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싸다? 모두 보장한다? 100% 돌려준다?
홈쇼핑 보험이 고공 행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보험료가 싸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보험에 비해 모집 비용이 덜 들어가는 게 사실이지만 홈쇼핑 보험이 저렴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본래 저가인 보험만 취급해서다.
구체적으로는 어린이보험,실버보험,의료비보험,암보험이 단골 메뉴다.
상대적으로 보험료 부담이 큰 변액보험이나 종신보험,연금보험은 잘 다루지 않는다.
싼 보험을 팔기 때문에 담배를 줄이고 택시 한 번 덜 타면 한 달 보험료를 마련할 수 있다고 호소한다.
실제 어린이보험의 월 보험료는 9000원대다.
그리고 "고객님이 낸 병원비 모두를 보장해줍니다"나 "부모님 80세까지 사소한 잔병치레부터 중대수술까지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등의 말로 유혹한다.
암보험을 팔 때는 실제 암에 걸린 경험이 있는 연예인의 입을 빌려 "괜찮은 보험"이라고 광고하고 방송 후반부에 가서는 "만기 때 100% 환급해준다"는 말을 꼭 곁들인다.
◆자막의 작은 글씨를 주목하라
홈쇼핑 보험의 약점을 간파하려면 방송 중 스쳐 지나가는 자막의 작은 글씨를 주목해야 한다.
건강보험 상품은 흔히 '만기시 보험료 전액 환급'이라는 글씨를 크게 내보낸다.
하지만 그 옆에 작은 글씨로 '(만기 생존시)'라는 조건이 붙는다.
만기 전에 사망하면 그동안 낸 보험료는 일절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수술비,입원비 보장'이라는 큰 글씨 옆에 작은 글씨로 '1회에 한해서'라는 말이 따라온다.
일부 암보험 방송에서는 "7년만 보험료를 내면 보험금 3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65세 만기,고액암 기준'이라는 단서조항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쇼 호스트보다 게스트 말에 귀를 기울여라
쇼호스트는 고객의 눈과 귀를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멘트를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바로 잡아주는 이가 게스트로 출연한 보험사 직원이다.
"저희도 이 보험을 처음 접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거나 "어떤 병명이든 상해든 상관하지 않고 보장한다는 거죠?" 등의 내용은 쇼호스트가 말할 몫이고 옆에 있는 보험사 직원은 "약관에서 보상하지 않은 질환은 보장하지 않습니다"며 부랴부랴 수습하기 일쑤다.
또 방송 중 절대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게 '최고'와 '최대'라는 단어다.
예를 들어 쇼호스트가 "간병비를 최대 6억원 보장하는 실버보험"이라고 하지만 발생 가능성이 낮은 대중교통 사고로 50% 이상 후유 장애가 있을 때 한해서다.
만기에 100% 환급해준다는 보험도 대부분 특약 보험료를 제외한 주계약 보험료에서 영업비용을 뺀 보험료만 돌려준다.
설사 낸 보험료를 다 돌려주는 보험도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는 큰 손해다.
예를 들어 25세 남자가 20년간 매달 5만5100원을 내는 만기 환급형 건강보험에 들면 이자없이 원금 1322만원은 다 돌려받는다.
하지만 보험료 납입이 끝나는 45세부터 만기 시점인 80세까지 35년간의 인플레율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괜찮은 보험이다 싶어 전화상담을 할 때는 광고한 보장 내용이 주계약에 해당하는지,특약 보장인지를 살펴야 한다.
이때 병명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15일 내 조건없이 계약 철회 가능
방송 당일에 전화상담을 하면 보통 다음 날 보험사 상담원이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홈쇼핑 보험은 전화 녹취가 자필 서명을 대신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상담원이 하는 말 하나하나를 잘 듣고 방송 내용과 실제 보장 내용이 같은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
보험에 든 뒤라도 아니다 싶으면 가입 후 15일 이내에 조건없이 '계약 철회'를 할 수 있다.
상담원이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았거나 보험사로부터 약관을 받지 못했으면 가입 3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