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마케팅의 대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일찍이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기업일수록 판매가 늘고 브랜드 파워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좋은 기업 이미지 덕분에 인재 확보 역시 수월해진다는 것도 코틀러 교수가 얻은 결론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이 베푸는 자선행위 정도로만 여겨졌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ㆍ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이제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핵심 경영사안으로 바뀌었다.

CSR를 잘 하면 성장가도를 달리고,CSR를 무시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세상이 된 셈이다.

인재포럼 이틀째인 지난 24일 열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CSR' 세션은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CSR 전문가인 이와오 다카 레이타쿠대 교수와 김형철 연세대 교수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CSR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기업 문화와 조직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임직원에게 윤리의식 및 사회공헌에 대한 책임의식을 끌어올리는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비비엥 탄 필리핀 ESA(Entrepreneurs School of Asia) 공동창업자 겸 회장은 "최고의 CSR는 금전적인 기부가 아닌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며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교육을 통해 고용 창출의 원천인 기업인을 많이 배출하는 것도 효과적인 CSR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왜 CSR가 필요한가

다카 교수는 현대 기업들이 CSR를 필요로 하는 근본 이유를 '세계화'에서 찾았다.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무역장벽 철폐' 움직임 덕분에 전세계를 '안방'처럼 드나들게 된 상황 만큼이나 이들 기업에 대한 개발도상국들의 반감 역시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카 교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개도국 국민들의 반감이 완화되지 않으면 세계화는 실패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CSR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범적인 CSR 사례로 빈곤국의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를 꼽았다.

다카 교수는 "스미토모그룹 등 일본 유수기업들은 태국 우간다 잠비아 등에 초등학교와 도서관을 건립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교육을 통해 미래의 지도자와 전문가를 키워야 근본적인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철 교수는 "소비자와 지역사회가 등을 돌리는 기업은 아무리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며 "CSR는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개선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임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CSR는 일자리 창출"

탄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10여년 전 미국 유학과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필리핀에 돌아왔을 때 받은 가장 큰 충격은 아직도 하루 2달러로 연명하는 필리핀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라며 "필리핀의 가난을 없애는데 가장 좋은 특효약이 기업인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ESA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탄 회장은 "ESA 졸업생의 가장 큰 특징은 졸업 후 일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은 빈민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션의 좌장을 맡은 박오수 서울대 교수는 "CSR의 기본은 기업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남아 고용을 유지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