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뜀박질하고 있다.하지만 타오르는 불꽃은 언젠가 꺼지게 마련이라며 투자자들은 유가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시장에서 빠지는 게 좋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3.36달러 올라 종가기준 최고치인 배럴당 90.4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26일 시간외거래에서는 배럴당 92달러를 넘어서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9일 시간외거래에서 90.06달러를 기록한 이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안정됐던 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반전한 것이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하루 만에 2.14달러 뛴 배럴당 80.53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가 80달러 선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영국 런던 ICE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12월물)는 전날에 비해 3.08달러 급등한 배럴당 87.45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유가 급등세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급박해진 중동 정세가 꼽힌다.

전날인 24일 터키는 쿠르드 반군 소탕을 위해 이라크 북부 국경지대를 공습했다.

유럽으로 향하는 대규모 원유파이프가 묻혀 있는 이 지역이 갈등에 휩싸이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높아졌다.

25일 미국이 이란 국방부와 혁명수비대,일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기로 하면서 중동 지역 정세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전날에는 미국의 지난주 원유재고량이 예상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겨울철 에너지 수급 전망을 어둡게 했다.

게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계자들이 증산 불가 전망을 내놓아 상승세를 부추겼다.

차키브 켈릴 알제리 에너지장관은 고유가가 생산 부족 때문이 아니라며 다음 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비공식 회담에서 증산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원유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으며 원유 거래에 이용되는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산유국이 큰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90달러 선을 넘자 100달러 시대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가치 약세로 에너지를 비롯한 상품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도 우세해 상품 시장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유가를 끌어내릴 변수도 시장에 다수 잠재돼있어 향후 추이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9월 신규주택 판매량이 1년 전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경기를 보여주는 내구재 주문량도 예상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신용경색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줬다.

기업 실적 발표에도 특별한 호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미 경제의 허약한 펀더멘털이 부각될 경우 유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오펜하이머펀드의 파델 게이트 원유투자 디렉터는 "최근 유가 급등은 불꽃놀이와 같아 언젠가 끝날 것"이라며 "폭발음과 불빛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게 낫다"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