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강문석 이사(강 회장의 차남)가 26일 '항복 선언'을 했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시작된 동아제약 부자 간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강 이사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 및 임직원 여러분께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아버님께 불효했던 아들로서 사죄를 드린다"며 "아버님에 대한 이런 못난 아들의 행동은 제가 평생 지고 가야 할 업보로 남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저는 아버님께서 뜻하시는 대로 적극적으로 따르며,형제 간의 화합과 회사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후보로 추천한 이준행 교수에 대해서는 이사후보 추천을 철회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는 31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표대결을 벌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강 이사가 임시주총을 닷새 앞둔 시점에서 급작스럽게 '항복선언'을 한 것은 표대결을 벌여 봐야 이길 승산이 희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강 이사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25%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으며,임시 주총 표대결에서 여유 있게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이 같은 전망은 미래에셋 등 기관투자자들이 임시주총 안건에 대해 '중립'을 선언하고,법원에 제기한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강 이사 측의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동아제약 지분 7.73%를 보유한 미래에셋이 동아제약 현 경영진 지지를 선언한 데다,법원 또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강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40.31%로 늘어났다.

반면 강 이사 측이 확보한 지분은 16.55%에 그쳤다.

한미약품이 강 이사를 지지하더라도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편 제약업계에서는 강 이사 측이 이사후보자 5명 중 이준행 교수 1명만 후보 추천을 철회한 것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강 이사 측 관계자는 "사태파악이 제대로 안 돼 현재로선 설명할 것이 없다"고만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강 이사가 이번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공동 행사키로 했던 유충식 동아제약 부회장,한국알콜 등과 불화를 빚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