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신사ㆍ역삼ㆍ삼성동 일대에 'V라인'의 공연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기존 서초동 예술의전당과 역삼동 LG아트센터가 대형공연장으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데 이어 신사동 동양아트홀 및 삼성동 코엑스아트홀ㆍ백암아트홀ㆍKT&G상상아트홀 등 최근 1~3년 새 문을 연 400석 안팎의 중급공연장들이 주변 관람객을 흡수,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오는 11월 청담동에 KS청담아트홀이 개관하고 내년에는 잠실 올림픽공원에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길 예정이어서 강남 공연장을 찾는 관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8월과 10월 각각 문을 연 코엑스아트홀과 백암아트홀은 객석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해 현재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KT&G상상아트홀은 아직 개관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객석점유율 60%에 육박한다.

보통 중급공연장들이 생긴 지 5년은 돼야 자리를 잡는 것에 비하면 빠르게 인지도를 넓힌 셈이다.

이는 퇴근 뒤 저녁 공연시간(7시30분~8시)에 맞춰 동숭동 대학로까지 가기 어려운 강남 직장인들이 인근 공연장을 찾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들 공연장의 티켓 매출에서 직장인 단체 관람(20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로 다른 지역에 있는 극장의 평균 수준인 5%의 3배나 된다.

여기에 개별 관람까지 합하면 직장인 관객비중이 60%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뮤지컬 제작사 쇼팩의 송한샘 대표는 "같은 작품이라도 강남 지역에서 올리면 직장인 관객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KT&G상상아트홀은 12월31일까지 직장인 독신남녀를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싱글즈'를 무대에 올린다.

백암아트홀이 내달 1일부터 12월31일까지 공연할 뮤지컬 '오디션'도 신나는 음악이 많이 들어가 있어 '직장인 스트레스 해소용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남 일대 공연장들이 흥행위주로 공연작품을 선정하는 것도 인기의 요인으로 꼽힌다.

동양아트홀은 지난해 문을 열면서 개관기념작으로 이미 흥행성이 검증된 연극 '라이어'를 올려 8개월 동안 총 관객 3만7000명,유료 객석점유율 92.3%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KS청담아트홀도 개관기념작으로 '라이어'를 선택했다.

백암아트홀의 조설화 공연기획 담당은 "보통 제작사들은 신생 공연장에 상업성 짙은 작품을 올리는 것을 꺼리지만,강남 지역 공연장은 관객을 많이 모을 수 있어 오히려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강남 일대 공연장들은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연계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코엑스아트홀,백암아트홀,KT&G상상아트홀은 이들 공연장에서 2편 이상의 작품을 봤을 때 관람료의 2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올해 말까지 펼친다.

또 동양아트홀과 KS청담아트홀은 연말 직장인들을 겨냥한 할인 행사를 공동으로 준비 중이다.

코엑스아트홀의 사지혜 기획담당은 "앞으로는 인근 레스토랑들과 협의해 주변에서 회식이나 저녁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