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강도 높은 이란 제재로 전쟁의 명분을 쌓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포르투갈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 "(미국이) 손에 칼날을 쥔 사람처럼 미쳐 날뛰면서 상황을 해결하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며 이란 제재 조치는 사태를 막다른 골목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인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부시가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취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이란 제재안이 이라크 주둔군의 주둔 기간을 연장하거나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에 활용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만이 "이란에 더욱 강력한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조치"라며 제재안에 찬성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논평에서 "경제적 압박을 통해 이란의 현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이번 제재안이 이란 국민들의 반미 정서를 부추겨 오히려 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며 "부시 행정부가 최악의 계산착오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이 '국제 공조'를 통한 이란 문제 해결을 포기하고 '독불장군식 해결' 노선으로 전환했다"며 "그동안의 부시 행정부 외교 전략이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미국은 25일 이란 권력의 핵심인 혁명수비대와 군부 내 엘리트 집단인 '쿠드스',이란 내 주요 은행 등 20개 기관을 테러 지원단체로 규정,이들 기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번 제재안은 1979년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 사건에 따라 이란과 국교 단절을 한 이후 단행된 가장 강력한 조치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