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2000선에서 등락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종목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목 선정에 주로 사용되는 PER(주가수익비율) 등 투자지표들이 주가 상승으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존 지표만으로 종목 선정이 어려울 때 PEGR(주가이익증가비율)에 주목하는 게 적절한 대안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PEGR는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창출 능력을 동시에 나타내는 지표로 향후 성장성을 확보했는지 여부를 보여준다.

◆수익가치·성장성 동시에 고려

기업의 성장가치를 반영하는 투자지표 중 대표적인 것이 PEGR다.

이 지표는 PER를 EPS(주당순이익) 증가율로 나눈 수치다.

이 값이 1보다 작으면 주가 상승 정도가 EPS 증가율보다 낮다는 뜻이다.

향후 예상되는 이익 증가가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있지 않는 경우다.

반대로 PEGR가 1보다 크면 주가 상승 속도가 이익증가율을 뛰어 넘는 상황이다.

변종만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PEGR는 주가와 EPS 뿐 아니라 EPS 증가율도 함께 고려한다는 점에서 수익가치에 성장가치를 더한 가치평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며 "최근 주가 상승으로 PER가 높아진 종목의 경우 향후 높은 이익성장이 기대된다면 PEGR 측면에서는 주가 강세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성장 속도가 빠른 회사나 이머징국가 증시를 평가할 때 유용하게 사용되는 지표가 PEGR"라며 "다만 미래의 이익추정에는 불확실성이 내포돼있고 현재 PER가 높은 종목은 이미 향후 낙관적인 전망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측면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PEGR 종목은

삼성증권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EPS 증가율과 올해 실적기준 PER를 사용해 PEGR가 낮은 10개 종목을 선정했다.

LG전자 삼성중공업 대한항공 동양기전 화인케미칼 키움증권 성광벤드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동양제철화학 등이 그 주인공이다.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한 동양제철화학의 경우 현재 PER가 40.5배에 이르지만 PEGR는 0.5배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중공업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대표적인 중국 수혜주 역시 PER는 20∼40배 수준이지만 높은 예상이익 증가율 덕분에 PEGR는 0.3∼0.5배에 머물렀다.

변종만 연구원은 "주가 상승으로 가치주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향후 성장성에 무게를 둔다면 일부 고평가 종목의 주가는 정당화될 수 있다"며 "PER가 높더라도 PEGR가 낮은 종목은 투자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PEGR이란?

일반적으로 기업가치는 수익가치 자산가치 성장가치 등으로 따진다.

수익가치와 관련한 대표적인 지표가 PER(주가수익비율)다.

PBR(주가순자산비율)는 자산가치를 반영해 기업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지표다.

이에 비해 PEGR(주가이익증가비율)는 PER을 EPS(주당순이익) 증가율로 나눈 값이다.

주가와 수익성에 성장성까지 고려한 지표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은 대개 PER가 높게 나와 종목 선정에 어려움이 있지만 PEGR 개념을 도입하면 고평가된 종목에도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의 경우 고성장 주식을 고를 때 PEGR가 0.5 미만이면 매수하기에 좋은 종목으로 분류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