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감독당국이 외환은행을 매각할 때 단순히 인수금액만 따질 게 아니라 선진금융 노하우를 얼마나 전수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겁니다.

외환은행이 HSBC를 파트너로 맞을 경우 국제 금융 네트워크 이용이 단기간에 가능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007 서울국제경제자문단 총회(SIBAC)'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 회장(HSBC 전 회장)은 26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SBC의 외환은행 인수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같이 말했다.

2005년까지 HSBC에서 회장으로 재직했던 엘든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HSBC 관계자들과 자주 연락하지는 않고 있다"며 조심스레 운을 뗀 뒤 "금융인으로서 외환은행 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은행들이 자국에 진출하면 국내 은행이 고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면서 "그러나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한국 입장에서 국제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며,글로벌 은행과의 경쟁을 통해 한국 은행의 서비스 질이 한층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HSBC 기업문화의 강점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피인수 은행에 전수하는 데 멈추는 게 아니라 투자한 지역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에 있다"며 "한국 금융감독당국도 이러한 HSBC의 장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엘든 회장은 "한국이 금융업을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열망은 강하지만 선진 금융의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고 들었다"며 "시장을 과감하게 개방해 외국 금융인들이 많이 들어온다면,선진국과의 금융 수준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든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만약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돼 한국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달라고 제안해 온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했을 당시 SIBAC의 의장을 맡기도 한 엘든 회장은 이 후보와 돈독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번 SIBAC 행사를 앞두고 시간을 내 이 후보와 만났으며,이 후보가 그를 개인 자문역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이호기/송종현 기자 hglee@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