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가 인재포럼을 계기로 한국경영학회와 공동 실시한 '글로벌 리더의 조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최근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21세기 들어 기업 경영의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조직의 형태도 점차 수평적으로 변화하면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강력한 추진력보다는 비전 제시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윤리성'이 하위로 나타난 것은 윤리의식 수준이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주인기 한국경영학회장(연세대 교수)은 "과거 리더가 갖춰야 할 소양으로 중시했던 '강력한 추진력' 등은 하위로 밀려난 반면 예전엔 그다지 부각되지 못했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국제적 감각과 안목' 등이 상위에 랭크됐다"면서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말한 것처럼 기업이 과거 중앙집권적 위계질서에서 네트워크 조직으로 변화하는 데다 글로벌화가 진전되는 가운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중요해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종태 단국대 경영대학원장도 "세계적인 석학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에 대해 '구성원의 안목을 높이는 것(lifting follower's vision)'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면서 "앞으로의 리더십은 각 조직 내 구성원이 '그 사람 밑에 가면 한 수 배울 수 있다' 또는 '덕을 볼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양을 갖춘 글로벌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인식 포스텍 교수는 "글로벌 사회에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려면 영어구사 능력이 아무래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학생들은 물론 교수사회에서도 영어강의를 늘리는 것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선진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윤리성'이 하위로 평가된 것은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다.

주 회장은 "근무시간에 개인적 볼일을 보고 과제를 베껴서 제출하는 일이 아무런 죄의식없이 행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윤리문제는 사실 대학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어떻게 해결 방안에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시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